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33] 해선(海仙, 기생)
태도 있고 인물이 어여뿐 열다섯 살 먹은 조그마한 계집아이로 경성 장안사 연극장에서 매야 출연하여 여러 관객의 마음을 만족케 하는 김해선을 누가 모르리요.
경상북도 고령군 태생으로 아홉 살부터 기생으로 기예를 배우다가 작년 봄에 경성으로 올라왔더라.
편모시하에 있는 해선이는 단잠을 자지 못하고 소리를 팔아 모친을 공양하는 정성은 가히 아름답다. 해선의 효성이여.
어린아이로는 명창이라 하겠으니 심청가, 춘향가, 시조, 흥타령, 육자배기, 놀령사거리, 기타 잡가를 무불능지하며 승무, 검무도 능히 잘하여 모든 사람의 칭찬받는 바가 되었더라.
▲ 김해선(金海仙)
“저는 할 수 없이 영업을 천한 방면으로 정하였습니다마는 속마음은 높기가 고소대 같습니다.”
“이렇게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람의 나이 일상 이와 같이 젊어 있겠습니까? 설부화용이 늙어지면 속절없이 됩니다그려. 차라리 진시 알아차려야 나중에 근심이 없을 터인데.”
“너는 그러면 장래에 무슨 소원을 품고 있느냐 하십니까? 하… 부끄러워 어떻게 말하나…”
부끄러움을 간신이 참고 들릴락 말릴락 하는 목소리로
“좋은 남편이 있으면 남의 소… 소실로 나가서 잘 살았으면…”
다시 얼굴에는 불그레한 기운이…
【매일신보 1914.03.08.】
– 매야(每夜):매일 밤마다
– 편모시하(偏母侍下):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처지
– 무불능지(無不能止):그 어느 것도 멈출 수 없다.
– 고소대(姑蘇臺):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왕 부차(夫差)가 고소산에 쌓은 대로 미녀 서시(西施)와 함께 놀던 곳.
– 일상:항상
– 설부화용(雪膚花容):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
– 진시(趁時): 진작
– 소실(小室):정식 아내 외에 데리고 사는 여자. 첩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