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37] 주매화(朱梅花, 기생)

의주에서 일등기생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주매화는 원래 의주 생장으로 11세부터 기생학교에 입학하여 가무를 배울 때에 재주와 총명이 과인하므로 시조, 노래, 가사, 입무, 승무, 검무, 가야금, 양금, 장구는 불과 기년에 전생을 압도하였고,

 

수심가 기타 여러 가지 잡가는 제일 명창이라 듣는 사람이 다 탄복하지 않는 자 없고 항상 손님을 대할 때는 방글방글하는 웃음을 띠어 정으로 공대하며 화용월태와 진중한 태도는 진즉 탕자 남아의 심혼을 어지럽게 하다가, 17세에 이르러는 여자에게 모범적 인물이 되고자 하여 기생 영업은 내어버리고 양금학교 5개월 속성과에 입학하여 우등졸업을 받고 필산, 주산, 국어(일본어)를 능통이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주매화(朱梅花)

 

이름이 사처에 전파되어 모두 한 번 보기를 원하는 중, 매화는 생활의 곤란함으로 인하여 작년부터 다시 기생에 출신하였는데 풍류랑은 구의산에 안개 끼듯 뭉게뭉게 내왕하더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안개 낀 구의산 ‘삼분석(三分石)’


“기생이 좋냐는 말씀이오? 좋기야 무엇이 좋겠습니까. 위로 홀어머니 모시고 아래로 동생은 많고. 가세는 빈한하여 생활이 곤란하므로 부득이 기생계에 출신하였지요.”

 

“소원은 다만 상당한 남편이 나를 데려다가 사랑으로 살아주면 그 남편을 하늘같이 믿고 평생을 누리겠습니다.”

 

“방년은 21세라 여기서 오너라 저기서 오너라 도처춘풍이지요마는 세월이 늘 그렇습니까?”

 

“겉으로는 허허 해도 속으로는 딴생각이 많아요. 상심할 때는 한말 술도 맛을 보아 하하하…”

【매일신보 1914.03.13.】

– 생장(生長): 나서 자람
– 과인한(過人한): 재주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 기년(朞年): 만 일 년이 되는 날
– 전생: 모든 기생을 통틀어
– 공대(恭待): 공손하게 잘 대접함
– 화용월태(花容月態):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
– 진즉:일찍이
– 탕자(蕩子): 방탕한 사나이
– 사처(四處): 여러 곳
– 풍류랑(風流郞): 풍치가 있고 멋진 젊은 남자
– 구의산(九嶷山): 중국 후난성의 산. 아홉 개의 봉우리가 비슷하기로 유명한 곳으로, 구분이 힘들 만큼 수많은 남자들이 몰려드는 풍경을 묘사했다.
– 상당(相當): 알맞은
– 도처춘풍(到處春風): 가는 곳마다 봄바람
– 한말:부피의 단위. 약 18리터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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