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40] 모란(牧丹, 기생)

모란이라 하는 기생은 개성(開城) 태생이라.

어려서부터 세상 고생은 모두 겪다가 지금은 기생이 되었더라.

 

아홉 살에 부모를 떠나 혈혈단신으로 경성에 올라오니 그때의 모란의 비참한 신세는 묻지 아니하여도 가히 알 것이로다.

 

망망대해에 나뭇잎 한 조각같이 떠돌아다니던 모란이는 천품이 가곡에 특장이 있어 한번 들으면 문득 기억할 뿐 아니라, 목청이 남보다 뛰어나 자연히 명창의 이름을 듣게 되었으므로 17세 되어 기생으로 나오게 되었더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모란(牧丹)

 

그러나 모란이의 가슴속에 한 뭉치 숨어있는 근심은 하루 한시도 풀리지 아니하고 멀리 북편 하늘을 향하여 부모의 평안함을 축원하며 오늘날까지 사 년간을 지내어오는 동안 여러 손님의 사랑을 받고 또한 유순하고 다정한 성질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껍게 하여 주는 고로 모란의 위인을 환영치 아니하는 자가 없는 터이라.

 

유성기의 소리 넣으러 동경까지 출장한 모란이의 명창됨은 아마 다시 말 아니하여도 가히 짐작하겠도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1910년대 빅터 유성기

 

“저는 평생소원이 좋은 남편을 얻어 어려서 헤어졌던 부모나 다시 뫼시고 일생을 지내었으면 하루를 살다 죽어도 원이 없겠습니다.”

 

“제 설움은 하도 첩첩하니까 책 한 권을 지으면 다할는지… 제 마음의 이러한 것을 어떤 정랑(情郞)이 있어서 알아주겠습니까?”

【매일신보 1914.03.17.】

– 천품(天稟): 타고난 기품
– 기껍게: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 위인(爲人): 사람의 됨됨이
– 유성기(留聲機): 축음기(蓄音機)의 초기 이름
– 첩첩하다(疊疊하다): 근심, 걱정 따위가 많이 쌓여 있다.
– 정랑(情郞): 남편 이외의 남자를 말하나 여기서는 남편이 되어 줄 사람을 의미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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