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41] 연옥(蓮玉, 기생)
오궁골(五宮洞) 박춘재(예단일백인 [86])의 기생 연옥이라 하면 소리 잘하는 기생인 줄은 모두 아는 바이라.
갸름한 얼굴과 호리호리한 키에는 백태가 구존하고 천연히 앉아있을 때는 아련한 모양이 다만 아담한 계집으로 보이다가도 술상머리에서 권주가를 부르며 섬섬옥수로 한잔 술을 따를 때는 스스로 삼춘화기가 그 좌석에서 일어나는 듯.
상글상글하여 사람을 반기는 듯 괴로이 구는 손님을 도리어 기꺼이 응대하는 것은 가위 기생된 직분을 연옥이가 비로소 깨달았다하리로다.
▲ 연옥(蓮玉)
9세부터는 수방내인(繡房內人)으로 13세까지 지내다가 14세에 출가하여 몇 해를 지내었으나 미인은 박명하다하는 옛말이 과연 그러하던지 부득이한 사정으로 연옥이는 부부가 이별의 눈물을 흘림을 면치 못하였으며, 결과는 오늘날 명창 기생 연옥으로 하여금 화류계에 소개하게 되었더라.
▲ 수방 내인(나인)들의 모습
기생으로 침선에 능한 사람이 적으나 수방내인의 이력을 가진 연옥이는 바느질과 수놓는 것이 남의 뒤에 지지 아니함은 기생계에 특점이라 하겠고, 금년은 20세로되 그 꽃다운 얼굴은 17~8세에 지나지 못한 여자와 같으니 차차 좋은 기회에 원앙의 배필을 얻음이 불원하여 있으리라고 심독희자부한다지.
【매일신보 1914.03.18.】
– 오궁골(五宮洞):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동·신문로2가동에 걸쳐 있던 마을
– 백태(百態): 온갖 자태
– 구존(具存): 빠짐없이 골고루 갖추어진
– 아련: ‘어리고 아름다운’의 옛말
– 권주가(勸酒歌): 술을 권하는 노래
–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
– 삼춘화기(三春和氣): 봄 석 달 동안의 따스함과 화창한 기운
– 상글상글: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정답게 웃는 모양
– 수방내인(繡房內人): 수놓는 일을 맡아보는 곳에 있던 궁녀. 구한말 궁녀 출신인 듯.
– 박명(薄命): 수명이 짧다는 의미로 주로 쓰이나 불행하다는 의미도 있다.
– 침선(針線): 바늘에 실을 꿰어 옷 따위를 짓거나 꿰매는 일
– 특점(特點): 특별히 다른 점
– 불원(不遠):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음
–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일이 잘되리라 믿고 스스로 마음이 즐거움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