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경이 있는 곳, 페뇽데벨레스데라고메라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는 스페인 소유의 땅이 존재한다.
한때 스페인 제국이 강력한 힘을 떨치던 시절을 알려주는 유물들로 ‘플라사스 데 소베라니아(plazas de soberanía)’라고 칭하는 곳들이다.
▲ 플라사스 데 소베라니아: 모로코 해안선 근처의 스페인령 북쪽 섬들(세우타, 멜리야 제외)
이들 영토 중 ‘페뇽데벨레스데라고메라(Peñón de Vélez de la Gomera)’는 모로코와 접하고 있는데,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경선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 페뇽데벨레스데라고메라
12세기 중반, 아랍의 칼리프는 이곳에 최초의 요새를 건설했다. 이후 요새는 해적들이 점거하여 스페인 남부해안을 약탈하는 기지로 사용하였다. 결국 참다못한 스페인은 1508년 이곳에 군대를 파견하였고 역사상 최초로 스페인 영토로 만들었다.
그러나 1522년에는 북모로코 지방의 베르베르족이 모든 스페인 사람들을 살해하고 섬을 차지하였고, 1554년에는 오스만 제국이 본인들의 소유로 선포하지만 1564년에 펠리페 2세의 출정으로 스페인이 재탈환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 천혜의 자연풍경
하지만 가장 짧은 국경선이 생겨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 섬이었던 시기의 모습(1920)
원래 이곳은 360m 정도의 길이에 폭은 109m, 해발 87m의 작은 바위섬이었다. 면적 약 19,000㎡로 규격 축구장(7,140㎡) 2.7배 정도의 크기.
▲ 축구장의 2.7배 크기
그런데 1934년에 강한 폭풍이 불어 섬과 모로코 본토 연안 사이에 모래를 다량으로 쌓으며 좁은 형태의 육지(지협)가 형성되었다. 이 지협의 폭이 불과 80m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경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경선
육지와 연결이 되었으니 더 이상 섬이 아니라 엄밀하게는 ‘반도’라고 칭하는 게 맞지만 형성된 기간이 근래이다 보니 여전히 섬으로 칭한다.
▲ 한국어 위키백과는 섬의 길이와 폭을 국경선으로 표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재 페뇽데벨레스데라고메라의 유일한 주민은 스페인 군인들로 약 60명의 군인이 이 요새를 지키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스페인과 모로코 양국의 영토분쟁 지역으로 섬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모로코는 이들이 국경을 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현재 외부와 유일하게 오갈 수 있는 수단은 헬리콥터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