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출신 타라가 보여준 ‘고양이의 보은’

언론에 보도되는 ‘주인을 구한 이야기’를 차지하는 동물은 대부분 개다. 그만큼 개의 충성심은 익히 알려졌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정설.

 

하지만 2014년 5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에서 일어난 사건은 예외인 듯하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4살 남자아이가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이때 웬 개가 아이의 뒤로 돌아가 미친 듯이 다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 집에 함께 살고 있던 고양이 ‘타라’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훨씬 덩치가 커 보이는 개에게 돌진했다.

 

▲ 퓨마처럼 개를 추격하는 든든한 모습

 

웬 겁 없는 고양이가 달려들자 놀랐는지 아이를 공격한 개는 부리나케 도망쳤는데, 타라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집요하게 추격해 개를 멀리 쫓아냈다.

 

▲ 지역신문은 ‘닌자 고양이’로 대서특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뒤늦게 어머니는 달려왔고, 아이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열 바늘을 꿰맸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개의 공격으로 난 상처로 볼 때, 만일 고양이가 개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아이의 생명이 위험했을 거라며 ‘고양이가 아이의 생명을 구한 셈‘이라고 단언했다.

 

▲ 사건이 담긴 CCTV와 가족의 인터뷰 영상

 

경찰은 아이를 물고 달아난 개를 수배했고, 얼마 후 개의 소유자가 911로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개임을 알렸다.

 

개는 10일간 검역소에 격리되었다가 안타깝지만, 안락사될 예정이라고 한다.

 

▲ 방송국 직원들도 겁내지 않는 타라

 

아이의 아버지인 로저 트리안타필로(Roger Triantafilo)는 부인 에리카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 고양이가 내 아들을 구했어요(My cat saved my son)’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관련 영상을 업로드했다. 동영상은 곧바로 화제가 되었고, 뉴스로 보도되며 타라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졌다.

 

방송사의 열띤 취재가 이어졌으며, 타라는 하루아침에 미 전역의 스타가 되었다.

 

▲ 매서운 눈빛

 

그런데, 영웅 고양이 타라는 사실 길고양이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안타필로 가족과 타라가 만난 사연은 다음과 같다.

 

부부가 아직 결혼하기 전이었던 2008년 2월, 집 근처 공원에서 데이트 중이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계속 따라오는 새끼고양이를 만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리카에게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키우기 힘든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고양이는 계속 따라왔고 유혹(?)에 넘어간 예비부부는 이미 고양이와 개를 키우고 있는 에리카의 부모님께 일단 타라를 맡겼다.

 

▲ 닌자모드를 해제한 평소의 모습

이후 두 사람은 결혼하였고 함께 타라를 보러 에리카의 본가를 방문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사람을 따라가기보다는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음에도 집을 찾아온 두 사람을 알아보고 타라가 또다시 따라나선 것. 부부는 타라가 자신들을 사랑한다고 확신했고, 결국 에리카의 알레르기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그 순간의 결정이 미래에 태어날 아이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는 아마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 타라가 좋아하는 격려품이 답지하는 중

특히 다리를 물린 아들 제레미는 약간의 자폐증 증상이 있어 타라와 더욱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공개된 사진 속 두 친구의 모습을 보면 암컷 고양이 타라가 제레미에게 모성애를 발휘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 놔라냥~

 

▲ 학교 잘 다녀오라냥. 개조심하고

6살 고양이 타라의 보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5월 20일, 제레미와 함께 지역 마이너리그 야구팀인 베이커스필드 블레이즈의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게 된 것이다.  꼬마주인의 자폐증도 타라 덕분에 호전될지도 모를 일이니 ‘잘 키운 고양이 하나 열 개 안 부럽다’ 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 MLB 신시내티 레즈 산하 마이너리그팀인 베이커스필드 블레이즈

 

또, 베이커스필드 블레이즈 구단은 시구 당일 동물 장난감이나 사료를 가지고 오는 관객들에게는 입장권을 50% 할인해 준다고 공지했다. 장난감과 사료는 지역 동물센터에 기증된다고 하니 타라 덕분에 외로운 동물들도 호강하게 된 셈이다.

 

▲ 마법사 자타라

한편, 타라의 이름은 히어로물(DC코믹스)속의 마법사 ‘자타라’에서 따온 것으로 작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타라의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