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30만원’에 사들인 아디다스 로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디다스(Adidas)의 간결하고 무게감 있는 삼선 무늬는 전 세계 브랜드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지도를 자랑한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디다스(Adidas)의 간결하고 무게감 있는 삼선 무늬는 전 세계 브랜드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지도를 자랑한다. 1
▲ 누구나 알아보는 아디다스의 무늬

 

그런데, 이 삼선 로고의 단독권리를 가지기 위해 아디다스가 들인 금액은 단돈 1,600유로(한화 약 230만 원)에 불과했다.

 

원조 삼선 ‘까르후(Karhu)’


한국에서는 ‘핀란드’를 떠올리면 ‘노키아(NOKIA)’ 혹은 ‘자일리톨(Xylitol)’을 연상하는데, 이 자일리톨이 주로 핀란드산 자작나무의 수액에서 채취하는 원료이다.

 

이처럼 핀란드의 풍부한 자작나무를 이용해 스키용품을 생산하는 ‘Ab Sportartiklar Oy’라는 이름의 스포츠용품 업체가 1916년에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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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 Sportartiklar Oy

 

1920년대에 이르러 사명을 핀란드어로 ‘곰’을 의미하는 ‘까르후(Karhu)’라는 이름으로 바꾼 이 회사는 우수한 품질의 육상화들을 제조해 내기 시작했다.

 

이 시기 ‘날아 다니는 핀란드인들(Flying Finns)’이라 불린 육상스타들의 첫 번째 세대로 불리는 한네스 콜레흐마이넨(Hannes Kolehmainen)을 필두로 빌레 리톨라(Ville Ritola)가 까르후(Karhu)의 트랙화를 신고 핀란드 중장거리의 힘을 세계에 떨쳤으며, 올림픽에서만 9개의 금메달을 따낸 핀란드의 국민영웅 파보 누르미(Paavo Nurmi)역시 까르후 트랙화의 수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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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네스 콜레흐마이넨, 빌레 리톨라, 파보 누르미


이처럼 전 세계의 육상트랙을 지배했던 핀란드의 슈퍼스타들 덕분에 현재의 나이키에 버금가는 지위를 차지한 까르후는 1930년대에는 스키용품 등 동계스포츠에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의 전쟁 기간에는 위장복, 군용 텐트, 군용 스키, 군화까지 만들어 납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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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르후의 군용장비

 

1930년대의 유례없는 세계 대공황도 막지 못했던 까르후의 성장은 1950년대에 이르러 정점에 달했다.

 

마라토너로서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유일한 선수로 유명한 에밀 자토펙(Emil Zatopek)외 많은 선수가 까르후 신발을 신고 1952년 핀란드 헬싱키 올림픽을 말 그대로 ‘장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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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자토펙이 1952년 올림픽에서 신었던 까르후 스파이크화


결국 자사의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레벨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계에 각인시킨 까르후는 대중적인 명성까지 얻어내며 세계 최고의 운동화 제조업체로 우뚝 서게 되었다.

 

까르후는 무게를 분산시키고 무릎에 주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신발에 스프링을 달자‘라는 아이디어로 공기쿠션 솔, 즉 현재의 에어쿠션 신발들을 발명한 기업이기도 하다.

 

또한 신발 바닥을 더 두껍게 하려고 안창과 겉창 사이에 샌드위치형으로 삽입한 중창(Midsole)기술을 개발하여 발의 안정성과 쿠션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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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와 기업의 운명까지 사들인 ‘아디다스’

 

그러나 운명의 1950년대 중반. 현재의 기준에서 보면 ‘머리에 총 맞았다’라고 표현할 정도의 일이 벌어진다.

 

당시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독일의 신생 브랜드 ‘아디다스(Adidas)’에 삼선 로고를 1,600유로(한화 약230만원)에 팔아넘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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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익숙한 아디다스 로고


후발주자로 운동화 시장에 뛰어든 아디다스는 1949년부터 삼선 무늬를 사용해 왔는데, 창업자 아돌프 ‘아디’ 다슬러(Adolf ‘Adi’ Dassler, 1900~1978)가 업계동향 파악 목적으로 방문한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삼선 로고를 까르후가 이미 사용 중인 것을 뒤늦게 보게 된다.

 

미래를 내다보기라도 한 것인지 ‘이 로고를 반드시 독차지해야 한다‘라고 생각한 아디다스는 로고의 단독사용권을 까르후로부터 완전히 사들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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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스포츠의류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까르후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까르후의 판단은 지금 보면 희대의 오판이지만 당시의 기준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까르후(Karhu)의 핀란드어 의미인 ‘곰’과 세줄 무늬는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로고의 교체를 고려하던 시점이기도 하였고, 당시는 로고의 중요성이 그리 주목받던 시절도 아니었다.

 

기술력과 이미 명성이 탄탄했던 업계의 큰형님인 까르후의 입장에서는 이제 막 출범한 구멍가게나 다름없던 아디다스에 돈도 받아내면서 큰 선심을 쓰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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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까르후 로고. M자는 디자이너 Mäntylä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결국 로고와 함께 기업의 운까지 넘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현재 아디다스와 까르후의 위치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과거 핀란드의 자존심이기도 했던 까르후는 심지어 2008년에는 네덜란드계 미국인 사업가에게 매각되는 굴욕까지 겪게 된다. 이처럼 두 회사의 뒤바뀐 운명은 과거에는 외면당하던 ‘로고‘라는 가치에 주목한 아디다스 창업자의 혜안에서 비롯되었다.

 

재기를 노리는 까르후

 

비록 까르후는 아디다스에 세계적인 영광을 빼앗겼지만, 현재도 여전히 핀란드 육상국가대표팀과 핀란드식 야구인 페사팔로(Pesäpallo)등에 장비를 납품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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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의 ‘국기(國技)’ 페사팔로


2005년에 열린 글로벌스포츠스타일 시상식에서 ‘올해의 운동화‘를 수상했고, 2009년에는 신제품으로 출시한 ‘까르후 펄크럼 스트롱(Karhu Fulcrum Strong)’모델이 러너스 월드 매거진(Runner’s World magazine)에서 선정한 ‘베스트 데뷔‘를 수상하는 등 여전히 품질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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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의 ‘백년기업’ 까르후

 

또 까르후 브랜드의 스키는 핀란드에서만 한 해 약 20만 쌍이 판매되고 있으며 독일, 스웨덴, 일본 등지로도 수출되고 있는 등, 언제라도 과거의 왕좌를 되찾을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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