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 ⑤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캐나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는 모친을 여의고 조부모에게 양육되던 어린 시절을 소재로 쓴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으로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고양이를 벗삼아 자랐고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서 죽음을 알게 되었으며, 어쩌다 집을 멀리 떠날 때면 애완 고양이를 몹시 그리워하는 애묘인이었다.
▲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
캐나다 퀸스 프린스에드워드 섬(Prince Edward Island) 중북부 해안의 캐번디쉬(Cavendish)는 ‘빨간 머리 앤’의 무대가 된 곳으로 그곳에 있는 몽고메리의 사촌의 집이었던 그린 게이블스는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 건물의 내부에는 몽고메리가 쓴 책들의 초판본과 10대 소녀시절에 만들었던 스크랩북이 전시되어 있다.
▲ 그린 게이블스의 몽고메리 박물관
소녀감성으로 꽃이나 잡지 속의 예쁜 사진을 오려내 붙인 와중에 애묘인답게 귀여운 고양이의 사진도 스크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생전에 몽고메리는 항상 세 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늘 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박물관의 스크랩 목록에서 볼 수 있는 부츠 속의 고양이
그린 게이블스 근처에 있는 몽고메리 박물관 2층에는 현재 그녀의 증손자가 거주하고 있는데, 몽고메리의 후손이라 그런지 그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으며, 그 고양이는 박물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다.
▲ 몽고메리 박물관의 고양이
또한 몽고메리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독특한 서명을 볼 수 있다. 이 서명은 아무에게나 쓰는 것이 아니라 특히 절친한 지인들에게만 보내는 편지에 사용했던 서명이라고 한다.
▲ 몽고메리의 고양이 서명
이처럼 고양이를 좋아한 몽고메리는 그중에서도 ‘대피(Daffy)’라는 이름의 회색 줄무늬 고양이를 사랑했다.
사실 대피는 쓰레기장에서 죽어가던 조그만 새끼 길고양이였다. 하지만 몽고메리가 주워온 뒤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몽고메리가 글을 쓰는 동안 대피는 언제나 옆에 함께 앉아 있었고, 사진을 찍으러 외출하면 함께 나갔으며, 어쩌다 그녀가 먼 교외로 볼일이 있어 나갈 때면 언제나 문 앞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소설 ‘Lucy Maud and the Cavendish Cat’ © Lynn Manuel. 1997
이런 대피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결국 몽고메리는 결혼 후 온타리오주로 이사할 때도 온갖 방법을 강구해서 대피를 기어코 배에 싣고 갔을 정도였다.(당시에는 캐나다에서도 동물을 여객선에 싣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피가 책상 아래의 원고 더미에 누워서 나오려고 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아무리 부르고 먹이로 유혹해도 나오지 않자 결국 몽고메리는 이 귀찮은 녀석을 잡고 팔로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고양이가 깔고 누웠던 원고가 몽고메리의 눈에 띄었다.
그것은 오래전에 써두고는 깜빡 잊고 있었던 작품으로, 몽고메리는 원고가 더 망가지기 전에 즉시 출판사에 보냈고 얼마 후 책으로 출판이 결정되었다. 이 원고의 제목은 바로 ‘빨간 머리 앤‘이었고 몽고메리의 첫 번째 성공작이 되었다.
▲ 일본 애니로도 제작된 ‘빨간 머리 앤’
몽고메리가 남긴 고양이에 대한 문구를 통해 그녀의 대피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The only true animal is a cat, and the only true cat is a grey cat”
“진정한 동물은 고양이, 그리고 진정한 고양이는 회색 고양이”
▲ 은혜갚은 고양이 ‘대피’
대피는 오랫동안 몽고메리 덕분에 행복했고, 대피 역시 몽고메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최고의 고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