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에 손목 잘린 피아니스트, 유시곤(劉詩昆)
중공 피아니스트 손목 잘려
– 중공 피아니스트
– 유시곤 손목 잘려
– 소련 경연서도 입상
▲ 동아일보 1967.3.09
[모스크바 8일 AP 연합] 중공 홍위병들이 1958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음악 경연대회에서 미국의 반 클라이번 다음으로 2위에 입선한 중공 피아니스트 유시곤(劉詩昆)의 손을 잘라버렸다고 「스베트스카야 쿨투라」 소련문화지가 8일 전했다.
소문의 진상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홍위병이 손목을 잘랐다‘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소문은 공산주의 맹주로 군림했던 소련의 잡지가 출처인 데다가 당시 홍위병의 만행으로 치욕을 겪은 유명인사들의 자살이 이어졌던 시대인지라 충분히 있을법한 사실로 여겨졌다.
또한 기사에 나온 「스베트스카야 쿨투라」는 1929년에 창간된 소비에트스카야 쿨트라(Советская культура)라는 신문으로, 소련 시대에 수많은 논문의 출처로 언급될 정도로 권위 있는 언론사여서 더욱 신빙성을 더했던 것이다.
이후 손목은 아니고 ‘손가락을 부러뜨렸다’, ‘손가락을 잘랐다’는 설도 돌았으나 10여년이 흐른 후 1977년 열린 음악회에서 건재하게 연주를 한 소식(아래 기사)이 전해지면서 잘못 전파된 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집단구타를 당해 팔이 골절을 당했다는 설이 있다.
■ 중공에「문예 부흥」물결 고전음악·문학 서서히「개방」
▲ 경향신문 1977.6.30
(전략)… 중공의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 유시곤은 조용히 복권되었다. 문혁 때 과격파 홍위병들이 유(劉)가 퇴폐적 외국 고전을 연주했다는 벌로 그의 손가락을 부러뜨렸다는 풍문이 수년 동안 나돌았었다.
그러나 유는 크젤 바에게룬드를 위한 만찬회에 모습을 나타내어 헝가리 광상곡을 연주함으로써 이 풍문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입증했다. 유는 그의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았지만 수개월간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같은 공산국가인 소련조차 왜곡된 정보를 보도할 정도로 중공의 홍위병 시대는 매우 폐쇄적인 광풍에 휩싸여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손이 생명인 피아니스트를 수용소에 집어넣어 수개월간 육체노동을 시키고 교도소에서 6년간의 복역에 처한 것은 사실상 손목을 자른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기사가 100% 오보라고 하기도 어려운 듯하다.
이 유시곤(劉詩昆)이라는 인물은 1958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중국의 1세대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류시쿤(刘诗昆 / Liu Shi-kun)이다.
▲ 류시쿤(Liu Shi-kun)
1939년생으로 현재 홍콩에 거주 중이며, 1970년대 후반에 복권되어 최근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20년 11월 7일에 다른 분야에서 세상을 크게 놀라게 했는데, 36세 연하 부인인 쑨잉(孫穎, 1975년생)이 그해 7월 미국에서 딸을 출산하며 무려 만 81세의 나이에 아버지가 된 것이다.
▲ 류시쿤과 쑨잉
쑨잉은 류시쿤의 세 번째 부인으로, 17세에 독주회를 연 ‘비파신동’, ‘비파공주(琵琶公主)’라는 애칭으로 이름을 떨치다가 30세 무렵에 류시쿤을 처음 만나 열애 끝에 부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