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퍼지 레시피’가 새겨진 미국 묘비의 정체
미국 유타주 로건 시립묘지(Logan City Cemetery)에 있는 특이한 묘비 사진이 SNS에 공유되며 화제가 되었다. 지역주민의 무덤에 세워진 대리석 묘비가 그것.
우선 고인의 이름과 자손들, 생몰년이 적혀있는 것은 일반적인 묘비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퍼지(서양 캔디의 일종)를 만드는 레시피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퍼지를 만드는 레시피가 적힌 묘비
■ 케이의 퍼지(KAY’S FUDGE)
2 SQ.(Square) CHOCOLATE
2 TBS(tablespoon) BUTTER
MELT ON LOW HEAT
STIR IN
1 CUP MILK
BRING TO BOIL
3 CUPS SUGAR
1 TBS(tablespoon) VANILLA
PINCH SALT
COOK TO SOFTBALL STAGE
POUR ON MARBLE SLAB
COOL & BEAT & EAT
“초콜릿바 2개, 버터 2 큰술을 약한 불에서 녹여서 휘젓는다.
우유 한 컵을 넣고 끓인 다음, 설탕 3컵, 바닐라 1 큰술, 소금 한 꼬집을 추가한다.
소프트볼 스테이지(112~116도)까지 가열하라.
이것을 대리석 틀에 부어서 식힌 다음 정방형으로 잘라서 먹는다”
▲ 초코퍼지 ©Arx0nt/Getty Images
묘비의 주인공
범상치 않은 묘비의 존재가 화제가 되자 언론은 고인의 자손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레시피의 주인공 캐서린 앤드류스(Martha Kathryn ‘Kay’ Kirkham Andrews)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캐서린 앤드류스(1922~2019)
1922년 8월 30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난 캐서린은 유타 주립농업대학을 졸업한 후 1944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에서 의류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녀는 그곳에서 남편 웨이드 허프 앤드류스(Wade Huff Andrews, 1916~2000)를 소개받았다.
▲ 젊은 시절의 부부
당시 미국은 2차 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었고 웨이드 역시 미육군 항공대위 신분으로 참전 중이었다. 이들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저녁식사 데이트 한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 사랑에 빠졌고, 얼마 후 웨이드가 유럽의 전장으로 복귀해서도 9개월간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웨이드는 자신이 조종하던 B-24 폭격기에 사랑하는 캐서린의 이름을 딴 ‘솔트레이크 케이티(Salt Lake Katie)‘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하였다.
▲ 웨이드 앤드류스와 그의 B-24 폭격기
두 사람은 1944년 12월 18일 결혼했고, 웨이드는 오하이오 주립대의 12년을 비롯해 1965년부터 1981년까지는 유타 주립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묘비 옆면의 폭격기와 학사모의 의미는 남편의 삶을 상징하는 그림인 것이다.
▲ 앤드류스 부부의 삶과 사랑이 담긴 묘비
하지만 역시 그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아내가 만들어주는 퍼지였다. 캐서린은 55년간 동반자였던 남편이 2000년에 사망했을 때 가장 좋아하는 퍼지의 레시피를 묘비에 크게 남겼다.
당시에도 묘비의 모습은 ‘케이의 퍼지 묘비(Kay’s Fudge’ Gravestone)‘라는 이름으로 기사화되었는데, 이때 캐서린은 세상 사람들을 한번 웃게 만들었다며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 남편 홀로 묻혀있을 때의 묘비
캐서린은 평소 밝은 모습을 늘 유지했고 사람들에게 ‘늘 행복하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똑같은 이야기를 가지고도 어린 손자에서부터 나이 든 지인들까지 모든 사람들을 웃게 만들 정도로 유머감각이 뛰어났던 친근한 할머니였다고 한다.
가족들은 캐서린 할머니의 웃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이 묘비를 볼 때마다 늘 퍼지를 만들어주던 그녀에 대한 기억이 자신들에게 여전히 미소를 만들어준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