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미스월드 온두라스 살인사건
미스 온두라스 실종
2014년 12월 14일, 영국 엑셀 런던(ExCeL London)에서 열릴 예정인 제64회 미스월드 대회를 앞두고 온두라스 대표 마리아 호세 알바라도가 행방불명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1월 13일 정오(현지 시각), 그녀는 고향인 산타바르바라(Santa Barbara)에서 열린 친구의 생일파티에 언니 소피아 트리니다드(Sofia Trinidad, 23)와 함께 참석한 이후 완전히 연락이 끊어졌다.
▲ 마리아 호세 알바라도 무뇨스(Maria Jose ALVARADO MUÑOZ)
어머니 테레사 무뇨스(Teresa Munoz)에 따르면, 목요일(13일) 정오에 언니 소피아가 남자친구와 함께 파티가 열리는 리조트에 갔고, 테구시갈파에 있던 알바라도가 언니의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와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테레사는 중요한 대회를 앞둔 만큼 외출을 만류했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나오겠다는 딸의 말을 믿고 파티 참석을 허락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알바라도는 밤 8시경에 3명의 남성과 함께 번호판이 없는 샴페인 색상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 대회직전에 사라진 마리아 호세 알바라도
딸의 귀가가 늦어지자 기다리다 못한 테레사는 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지만, 다음 날 오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세계대회를 앞둔 유명한 딸의 실종신고를 하는 것은 자칫 흠집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결국 토요일이 되어서야 어머니는 경찰에 연락했고, 늦은 신고로 인해 조사는 더욱 어려워졌다.
▲ 호세 알바라도와 함께 실종된 언니 소피아
온두라스 경찰청장 라몬 사빌론은 여성들의 실종에 대해 여러 가설을 세우고 조사를 진행 중으로, 범인들로부터의 연락이 없는 것으로 봐서 돈을 노린 납치는 아닌 것으로 추정 중이며 현재 피해자들의 휴대전화 위치와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두라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10명을 체포하였고, 이중 알리바이가 있는 6명은 석방하고 나머지 인원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 중에는 언니 소피아의 남자친구인 플루타르코 루이스(Plutarco Ruiz)와 파티가 열린 리조트의 소유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2명이 자매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사람들이다.
현지 범죄전문가에 따르면, 이 사건은 ‘미녀를 갱조직에 상납하기 위한 납치‘일 수 있으며 뉴스에 나올 정도의 유명인이라면 조직의 보호를 위해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미스 온두라스, 숨진 채로 발견
2014년 11월 20일, 행방불명되었던 미스월드 온두라스 마리아 호세 알바라도가 결국 함께 실종된 언니 소피아 트리니다드(23)와 함께 최종 목격된 장소에서 아주 가까운 아구아구아 강 근처의 까블로탈레스(Cablotales)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20일 미스월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어야 할 알바라도는 범행 현장에서 시신으로 수습되어 차가운 갈색 비닐백에 담겨 트럭에 실려 있었다.
▲ 발견된 시신이 트럭에 실려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소피아의 남자친구 플루타르코 루이스(Plutarco Ruiz)와 친구 아리스 말도나도(Aris Maldonado)등 공범 4명을 체포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총기 2정도 압수했다.
▲ 체포된 플루타르코 루이스(Plutarco Ruiz)
경찰이 설명한 범행 내용에 따르면, 11월 13일 밤 범인은 갑자기 총을 꺼내 먼저 언니 소피아를 쐈고 도망치는 알바라도를 향해 두 발의 총을 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책임자인 레안드로 오소리오(Leandro Osorio)는 “우리는 실종되었던 두 자매의 시신을 확인하였으며 그들이 맞다고 100% 확신한다. 범행에 사용된 총과 매장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사용한 차량도 확보했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용의자들 외에도 차량을 청소하고 도색을 돕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공범들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 공범 아리스 말도나도(Aris Maldonado)
범행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플루타르코 루이스는 “여자친구(소피아)가 파티에서 다른 남자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질투심을 느껴 살해했다”라는 다소 어이없는 이유를 둘러댔다.
어머니 테레사의 증언에 따르면, 테구시갈파에서 도착한 알바라도를 데리러 일행들이 왔을 때 소피아는 차에서 내리지 않아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왜 언니가 차에서 나와보지도 않을까?”라고 묻자 알바라도는 “파티 시간이 가까워오니 서둘러야 해서 그렇겠지!” 하고는 급하게 집을 떠났다고 한다.
언니 소피아는 그 시점에 이미 살해되었거나 혹은 위협을 받고 있었을 수도 있는 등 용의자의 자백과는 달리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계획된 범행일 수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용의자 플루타르코 루이스의 형 데이비드 루이스 로드리게스도 올해 2월 산페드로술라의 레스토랑에서 AK-47 소총을 들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들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아야 할 질이 안좋은 무리들이었다.
▲ 시신을 확인한 맏언니 코리나 알바라도(26)가 경찰의 부축을 받고 있다.
미스월드 회장 줄리아 몰리(Julia Morley)는 수사 결과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미래에 대한 꿈이 가득했던 아가씨들이 삶을 빼앗겼다. 대회 참가자들이 모두 이 끔찍한 사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주 일요일에 두 젊은 여성을 애도하는 의미로 미스월드 참가자 모두와 특별한 추모와 기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비닐백에 담겨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
▲ 시신이 매장된 현장을 감식중인 경찰
온두라스의 유명 방송인이자 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살바도르 나스랄라는 “이것은 질투나 사랑의 범죄가 아니다. 전형적인 남성우월의식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격분했다.
▲ 사건을 보도하는 온두라스 방송
실제로 온두라스는 남성우월주의가 매우 강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온두라스에서는 2005~2013년 사이에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263% 증가했으며 폭력 사건은 가늠할 수도 없다. 많은 여성이 알바라도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유명인이 아니라서 범인들이 허술한 수사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거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나는 경우도 많다.
▲ 실종당시 알바라도의 무사귀환을 바라던 시민들
안타까운 장례식
‘미스월드 온두라스 실종사건’이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가운데, 테구시갈파 법의학팀은 검시를 끝내고 한시라도 빠른 영면을 위해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 장례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관
2014년 11월 21일,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300명의 인파가 마리아 호세 알바라도와 언니 소피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은 고향인 산타바르바라 북쪽의 작은 묘지에서 치러졌으며, 알바라도의 관에는 미스월드 온두라스임을 상징하는 띠가 드리워져 함께 매장되었다.
▲ 자매의 관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친
▲ 결국 실신한 모친
▲ 중남미 특유의 시멘트 묘지안으로 옮겨지는 관
▲ 큰언니 코리나가 망연자실한 어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숨진 두 자매의 언니 코리나 알바라도(26)는 “우리는 너희들을 그리워할 거야. 너희들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고 하늘에 있는 아빠와 다시 만나길 바란다”라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 현장감식 중에도 전혀 죄책감이 없어 보이는 범인들
온두라스 경찰은 체포된 2명의 주범 외에도 파티가 열렸던 리조트의 소유자인 벤츄라 디아즈(Ventura Diaz)와 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알바라도(Elizabeth Alvarado), 그리고 그들의 딸인 이르마 니콜(Irma Nicolle)까지 모두 구속했다.
이들은 범행 은폐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더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지 여전히 수사 중이다.
세계 최고의 살인범죄율
한편 산타바르바라에서 50km 떨어진 인구 80만의 산페드로술라(San Pedro Sula)는 범죄로 희생되는 사람이 인구 10만 명당 158.8명(2011)에 달한다.
무려 하루 3명 이상이 살인범죄의 희생자가 되는 곳으로 온두라스가 매년 세계 최고의 살인범죄율(인구 10만 명당 90.4명, 2012년/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0.9명으로 세계 196위, 2011년)을 기록하는 데 이바지하는 도시다.
▲ 산페드로술라 위치
이 수치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나 브라질의 상파울루 같은 범죄로 유명한 대도시는 물론이거니와 북중미 전체를 통틀어서도 대적할 곳이 없다.
▲ 도시별 범죄율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보고서]
산페드로술라는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추방된 중앙아메리카의 갱 조직(MS-13, la calle 18)이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온두라스 최고이자 세계 최고의 범죄도시로 떠오른 곳이다.
최근에는 그 악명높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엄격한 마약 단속을 피해 중미지역으로 마약 밀수 루트를 확대하기 위해 산페드로술라를 마약 운반의 거점 도시로 활용하고 있다.
▲ 1995년 이후 살인범죄율 Top 10 국가. 2000년대를 독식하는 온두라스의 위엄
심각한 온두라스의 치안 해결을 위해 미국은 2008년에 5,0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도 하였으나, 온두라스 정부는 어이없게도 범죄집단과 연루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에 미흡하게 대처하거나 사면권을 남용하는 등 범죄자들의 편에 서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치안자문관 피살 사건과 범죄조직을 비난하는 언론인을 보복 살해하는 등, 치안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실정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열악한 치안으로 인해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Tegucigalpa)에서는 새벽 2시 이후 모든 서비스 업종(음식점, 유흥업소 등)은 문을 닫는 것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