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아내가 양잿물로 남편을 독살하려 한 사건
20세기 초는 이혼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였다.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평생을 살았지만 불륜, 경제적 이유, 나이차 등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신체적으로 나약한 여성이 주로 택한 것은 독살이었다.
아래는 1926년에 강원도의 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눈이 맞아 남편을 양잿물로 살해하려던 사건을 최종 판결까지 4편에 걸쳐 다루고 있다. 흔치않은 사건이었던 데다가 어린 여성의 대담한 범행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편 독살 미수 사건
① 남편을 독살하려 자기도 태연음독(泰然飮毒)
– 총각에게 반하였던 부당한 여편네
– 남편은 용서하나 법률이 용서 안 해
– 필경타태(畢竟墮胎)로 경찰에 발각
남편을 독살하려고 밥에 양잿물을 타서 먹이다가 자기도 그 밥을 먹은 후 낙태까지 당하고 죄악을 깊이 회개한 후 살인 미수죄로 예심을 마치고 공판 중인 진귀한 사건이 있다.
▲ 법정의 남편 살인미수범
강원도 금화군 통구면 보막리 이인기(28)의 처 유기매(柳奇妹, 20)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이인기에게로 출가하여 금술이 화락하게 동거하여 오던 중, 작년 음력 12월 경에 옆집에 거주하는 고준성(26)이라는 당시 총각과 비밀관계를 맺은 후 날이 갈수록 정이 깊어져 마침내 남편을 미워하는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금년 4월 15일 경에는 남편을 죽여 없앨 결심을 하고, 같은 동네 이덕용의 처 지씨에게 부탁하여 양잿물 10전 어치를 사다 두었다가 그달 22일 아침에 그 양잿물을 물에 타서 남편이 먹을 조밥 속에 섞어 넣고 그 밥 위에는 양잿물이 섞이지 않은 밥을 담아놓아 남편에게 주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밥을 물에 말아서 먹다가 밥 빛이 이상하게 새빨갛고 맛도 이상해 아내에게 이 밥이 어찌 이러냐고 말하였더니 유기매는 ‘할 일 없는 소리 하냐’며 ‘그러면 내 밥과 바꾸어 먹자’고 하여 밥을 서로 바꾸어 먹었다.
그때 두 사람이 모두 양잿물을 탄 밥을 먹었으나 다행히 많이 먹지는 않았으므로 생명에는 별 관계가 없었던 듯 하지만 목구멍이 이상하게 아파 이인기는 각거하는 부친이 돌아온 때에 그 같은 말을 하였다. 이에 부친이 즉시 부엌을 조사하여 본 결과 양잿물 섞인 밥이 아직 남아있는 것과 양잿물을 감추어둔 것을 발견하고 그 집에서는 양잿물이라고는 절대로 사다둔 적이 없으니 유기매를 불러 놓고 곡절을 물어본 결과 남편을 죽이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그 같은 악독한 짓을 하였노라고 눈물을 흘리며 사실을 자백하고 이후로는 절대 그러한 짓을 아니하겠다고 후회하는 뜻을 표하였다.
결국 남편도 어린 아내의 잘못을 한번 용서하고 그대로 잘 살던 중 유기매는 양잿물 탄 밥을 먹은 관계로 불륜관계인 고준성과 관계하여 애까지 임신했던 것을 석 달만에 낙태하였는데, 얼마 후 금화경찰서에서 이 사실을 탐문하고 유기매를 검거하여 철원지청에서 예심을 마치고 경성지방법원 공판에 부친 것인데 다음 달 18일에 공판이 열린다고 한다.
법정에 선 보기 드문 미인
②남편을 독살 미수하고 법정에 선 희유(稀有)의 미인
강원도 금화군 통구면 보막리의 유기매(20)는 원래부터 동네에서 미인으로 유명하던 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이인기와 결혼하여 작년까지 무사히 동거하여 왔는데 작년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같은 동네 고준성이란 자와 서로 불의의 정을 맺은 후부터 남편 이인기를 미워하기 시작하였다.
금년 4월 15일 경에는 불륜남과 같이 도망을 가서 자유롭게 살고자 마음먹고 남편은 죽여버리기로 결심하고 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이덕용의 처 지씨에게 부탁하여 양잿물을 사다가 20일 아침 물에 타서 남편이 먹을 좁쌀밥에 섞어 먹이고자 하였으나 이인기는 밥맛이 다름을 눈치채고 그 밥을 먹지 않아 유기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사실만 발각되었다.
사건은 철원지청에서 예심을 마치고 11일 경성지방법원 제7호 법정에서 모토하시(元橋) 검사의 입회하에 미타무라(三田村) 재판장 담당으로 공판이 열렸다.
유기매에 4년 구형
③남편 독살 미수 미인에 4년 구형
– 불의관계(不義關係)는 있었으나 남편살의(男便殺意)는 전무
– 남편의 용서받고 잘 살아왔는데 오늘날 이지경이 웬일이에요?
– 남편 독살 미수 미인에 4년 구형
남편을 독살하려고 밥에 양잿물을 타 먹였다가 목적을 달성치 못하였다고 살인미수죄로 지난 11일 경성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받은 강원도 김화군 통구면 보막리 이인기(28)의 처 유기매(20)는 당일 입회하였던 모토하시(元橋) 검사로부터 징역 4년의 구형이 있었다.
유기매는 그 얼굴이 사진에 나타난 것보다 더욱 아름다운 미인으로 이 같은 미인이 남편 독살 미수라는 무서운 죄명을 쓰고 법정에 나서서 법률의 심판을 받게 되기까지는 실로 인생기미(人生機微)의 기기괴괴한 사실이 감추어져 있었다.
이미 이 사건이 철원 지청에서 예심을 마치고 경성지방법원으로 올라왔을 때 본보에 보도한 바와 같이 유기매는 공판 당일 재판장이 묻는 말에 대하여 가느다란 목소리로 진술하였다.
“나는 남편을 죽이려고 밥에 양잿물을 타 먹인 것이 아닙니다. 밥 짓는 솥에 빨래를 삶느라고 양잿물을 썼던 것을 솥을 잘 씻지를 못하고 다시 거기다 밥을 지어 양잿물이 섞여 든 것입니다. 그 양잿물 섞인 밥을 남편이 먹다가 맛이 이상하다고 하기에 심지어 그 밥을 내가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옆집에 있는 고준성(26)이라는 총각과 두어 번 불의의 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인데, 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 그때 양잿물 밥을 먹은 관계로 낙태까지 되었습니다. 남편도 내가 자기를 죽이려고는 하지 않았던 사실을 알고 내가 주의하지 못했던 것만은 용서를 받아 그 후 더욱 부부 사이에 금실 좋게 살아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판결 언도는 금월 16일로 예정되었다.
징역 3년 언도
김화군 통구면 보막리 이인기의 처 유기매(20)에 대한 본부 독살 미수 사건의 판결은 16일 오후 경성지방법원 제7호 법정에서 미타무라(三田村) 재판장으로부터 징역 3년에 처한다고 언도되었다.
참고문헌:
• 男便을毒殺하려 自己도泰然飮毒 – 동아일보 1926.08.11.
• 本夫를毒殺未遂하고 法廷에선稀有의美人 – 동아일보 1926.09.12.
• 不義關係는잇섯스나 男便殺意는全無 – 동아일보 1926.09.14.
• 本夫謀殺美人 懲役三年言渡 – 동아일보 19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