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

사진은 명시적인 의미를 내포하여 장문의 글보다도 ‘진실‘을 빠르게 전달하고 의도하는 바로 이끄는 힘이 강하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사진이라면 쉽게 믿는 허점도 있다. 대중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사진 조작‘은 진실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진의 원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사진의 발명 이후로 촬영과 편집기술이 발달하면서 산만한 사진의 구도를 정리하기 위한, 즉 진실을 더욱 진실하게 전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로 사진을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이나 상업적 이득을 노리고 조작하는 사례도 대단히 많다.

 

그렇다면 역사에 남은 유명한 사진 조작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피겨요정들의 꾸며진 선의의 경쟁

 

1994년, 미국에서는 올림픽 출전이 걸린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을 앞두고 피겨스케이팅 요정들의 불꽃튀는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로 토냐 하딩(Tonya Harding)과 낸시 캐리건(Nancy Kerriga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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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대회 당일인 1994년 1월 7일에 발간된 뉴욕 뉴스데이(New York Newsday)의 표지사진으로 ‘두 선수가 함께 훈련을 하는 모습’이라는 설명과 함께 게재되었다.


하지만 실은 사이좋게 찍은 사진이 아니라 각각 훈련하는 두 명의 사진을 붙여서 합성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바로 ‘낸시 캐리건 습격 사건(Assault of Nancy Kerrigan)’ 때문이었다.

 

대회 하루 전날인 1월 6일, 훈련을 끝낸 낸시 캐리건이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게 몽둥이로 무릎 위 허벅지를 가격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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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공격당하고 울부짖는 낸시 캐리건


검거된 괴한은 놀랍게도 토냐 하딩의 전남편으로 드러났고, 공범으로 의심을 받은 토냐 하딩은 경찰에 체포되었으나 일단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날의 부상으로 피해자 낸시 캐리건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고, 반면 용의자의 아내였던 하딩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의 미국대표가 되면서 미국인들의 여론은 찬반으로 나뉘어 들끓었다.


다행히 후배 선수 한 명이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낸시 캐리건은 극적으로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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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2월 22일, 올림픽 경기장에서 연습 중 함께 촬영된 사진 ©Doug Mills


기다렸던 올림픽 무대에서 관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악당으로 폄하된 토냐 하딩은 결국 8위에 그쳤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등에 업은 낸시 캐리건은 은메달을 획득하며 스타가 되었다.

 

특히 낸시 캐리건은 토냐 하딩의 전 남편에게 습격당할 때 입었던 의상을 쇼트프로그램에서 그대로 입고 나오며 ‘피해자가 사건을 당당하게 극복해내는 이미지‘도 함께 얻어냈다.

 


▲ 낸시 캐리건,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피겨 쇼트프로그램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후 관련재판이 이어지면서 토냐 하딩은 결국 사전에 범행모의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였고, 설마하던 미국인들은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스포츠에서 추잡한 짓이 발생한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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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에 둘러싸인 토냐 하딩과 변호사 ©Steve Slocum


토냐 하딩은 사건으로 추락하기 전, 트리플악셀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한 여자선수였으며,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세계 최초로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킨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량이 쇠퇴하면서 트리플악셀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자 성적도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때마침 급성장한 낸시 캐리건은 그녀에게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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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전만 해도 독보적인 스타였던 토냐 하딩

 

결국 미국 피겨스케이팅 연맹(USFSA)은 토냐 하딩의 1994년 미국 챔피언십 타이틀을 박탈했고, 평생 스케이트 선수나 코치로서 USFSA가 관장하는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물론 프로 피겨스케이터로 활동할 수는 있었지만 이런 사건에 연루된 것은 치명타였다. 실제로 이 시기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케이트 붐이 일었기에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었지만 범죄를 저지른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동료 선수나 프로모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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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I, Tonya(2017)’에서 재현된 낸시 캐리건 피격


이후 토냐 하딩은 타블로이드지에 노출을 한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프로레슬러, 복싱경기 출전, 영화 단역으로도 출연했고 용접공, 판매사원,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O.J. 심슨을 더 흉악하게

 

1994년, 미식축구 선수 출신 방송인 O.J. 심슨(O. J. Simpson)은 그의 전부인 니콜 심슨(Nicole Simpson)을 끔찍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각종 미디어와 잡지에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이 도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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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J. 심슨의 머그샷


그런데 타임지(TIME)는 사진의 채도를 높여 흑인인 그의 피부색을 은연중에 부각하고 주변에 어두운 모서리를 넣음으로써 더욱 음침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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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지 표지

 

이 사진이 과한 효과를 주었음을 사람들이 알아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원본사진이 거의 그대로 사용된 뉴스위크지와 어두운 사진의 타임지가 가판대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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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위크지와 함께 비치된 타임지

 

상어와 대적하는 특수부대원

 

2001년, 온라인에 ‘올해의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로 선정되었다는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당 사진은 UH-60 블랙호크(UH-60 Black Hawk) 헬리콥터가 수면 가까이 저공비행하면서 특수부대원을 낙하시키고 있는데, 놀랍게도 백상아리 한 마리가 사다리에 매달린 그를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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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작전지대에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특수부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탄이 나오는 장면.

 

하지만 이 사진은 2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헬리콥터 사진은 미합중국 공군(United States Air Force, USAF) 소속의 랜스 청(Lance Cheung)이 촬영한 것이었고, 백상아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사진작가 찰스 맥스웰(Charles Maxwell)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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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성하기 전 각각의 원본


또한 배경에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있기 때문에 이곳은 샌프란시스코만(San Francisco Bay) 임을 쉽게 추정할 수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해역에는 백상아리가 서식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으며, 사진 속의 백상아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폴스만(False Bay)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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