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2)
9·11 테러 순간의 관광객(Tourist guy)
위 사진은 ‘9·11 테러 발생 직전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던 사진이다.
뉴욕 세계무역센터로 다가오는 비행기의 모습과 함께 우측 하단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2001년 9월 11일(09.11.01)’이라는 촬영날짜는 놀라움과 함께 사진이 진짜라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 장소에 발생한 엄청난 화재와 붕괴 속에서 필름이 망가지지 않고 보존되었을 확률은 매우 낮다. 만에 하나 극한 조건을 이기고 살아남은 필름에 ‘우연히 찍힌’ 찰나의 순간이 담겨있을 확률까지 생각해 보면 조작의 심증이 짙어진다.
역시나 이 사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작임이 드러났다.
1.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아침은 화창한 가을 날씨(18~20°C)였지만, 사진 속의 남자는 두꺼운 점퍼에 비니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하지만 당시 건물에서 탈출하거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반팔 혹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 당시 맨해튼 거리와 세계무역센터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옷차림
2. 남자가 서있는 곳은 쌍둥이 빌딩의 남쪽 타워지만 비행기가 처음으로 돌진한 곳은 북쪽 타워였다. 비상사태가 발생한 뒤에 태연하게 사진을 찍고 서 있을 사람은 거의 없다.
3. 비행기의 충돌이 발생한 시각에 무역센터의 전망대는 관광객에게 개방되지 않고 있었다.
4. 카메라로 잡아낸 비행기가 거의 정지상태로 뚜렷하게 촬영되었다. 카메라의 셔터속도와 비행기의 속도를 감안할 때 만약 사진이 진짜라면 비행기는 흐릿한 잔상으로 찍혀있어야 한다.
5. 타임스탬프를 유심히 보면 부자연스러운 모양과 색상으로 합성된 것을 알 수 있다.
▲ 어색한 형태의 타임스탬프
6. 무역센터로 돌진한 비행기는 보잉 767-223ER 이었지만, 사진 속의 비행기는 보잉 757이다.
이후 헝가리인 피테르 구즐리(Péter Guzli)는 이 사진이 1997년 11월 28일에 자신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것으로, 친구에게 장난으로 비행기와 합성을 해서 보냈는데 놀란 친구들에 의해 인터넷에 퍼져버렸다고 밝혔다.
▲ 원본 사진
구즐리는 해명과 함께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맨해튼을 여행했던 또 다른 사진도 공개했다.
▲ 1997년 11월 28일 날짜가 찍힌 같은 옷차림의 다른 사진
위험한 분쟁 상황 왜곡
제2차 레바논 전쟁(2006 Lebanon War) 중이었던 2006년 8월 5일, 로이터통신에 올라온 한 사진은 전쟁 당사국이었던 이스라엘인들에게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로이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레바논 출신의 프리랜서 사진가 아드난 하지(Adnan Hajj)가 촬영한 이 사진은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베이루트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후의 모습이었는데, 건물 사이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더 검고 풍성하게 조작한 흔적이 보였던 것이다.
▲ 원본 사진
이에 상황을 더욱 드라마틱 하게 연출하고 반이스라엘 정서를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어나자 사진은 즉시 삭제되었다.
아드난 하지는 ‘인화 과정에서 나타난 먼지 자국을 제거하려고 포토샵을 이용했고, 작업실의 조명이 어두워 실수를 한 것일 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기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복제툴을 사용해 생성된 패턴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 복제툴을 사용한 흔적
로이터 통신은 “사진가가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왜곡하는 것 이상으로 명확한 로이터 정책 위반은 없다”라며 2007년 1월에는 아드난 하지를 해고했고, 2008년에는 로이터 웹사이트에서 그의 모든 사진을 삭제하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보도사진의 원칙을 다시 한번 정의했다.
앵커를 다이어트 시킨 사진
2006년 9월, 미국의 방송사 CBS는 “케이티 커릭(Katie Couric)이 댄 래더(Dan Rather)를 대신해 CBS 이브닝 뉴스의 새로운 앵커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공식 사진과 함께 발표했다.
▲ 케이티 커릭
당시 이 사진은 온라인에만 업로드 된 것이 아니었고, 공식 잡지인 CBS Watch에 실려 40만 부가 발행되었다.
그런데 케이티 커릭의 몸이 CBS 소속 CG전문가에 의해 실제보다 더 날씬하게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편집부는 “현존하는 모든 잡지들처럼 인물의 외모를 [더 나아 보이도록] 수정하는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오른쪽 원본사진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일반 잡지가 아닌, 대형 언론사의 잡지라는 점에서 이런 편집을 하지 말아야 하거나 혹은 미리 수정했음을 알려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 요즘 국내언론사가 제공하는 영상 썸네일에 등장하는 진행자들과 비교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 케이티 커릭은 평일 저녁뉴스 최초의 단독 여성앵커였다.
한편, 당사자인 케이티 커릭은 사진을 편집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오른쪽 사진의 내가 더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원본이 더 좋다”라고 하며 성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일단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