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6)
대통령 바보 만들기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잦은 단어 사용 실수가 있었고, 이를 이용해 멍청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진짜 사진도 있었지만, 조작된 가짜 사진도 있었다. 워낙 실수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다 보니 조작도 함께 섞여서 진짜인 줄 알고 넘어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 여름, 부시 대통령이 휴스턴의 조지 산체스 차터 스쿨(George Sanchez Charter School)을 방문하는 중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 속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 여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들고 있는 책이 거꾸로 돌아가 있었다.
거꾸로 된 책을 들고 있는 부시의 모습은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글을 모르는 바보‘라는 조롱이 이어졌다.
하지만 AP통신이 보도한 원본사진에서는 책을 똑바로 들고 있는 것이 밝혀지며, 결국 부시를 싫어하는 누군가에 의해 이미지가 조작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 원본 사진에서는 책을 똑바로 들고 있다.
한편 이 책의 제목은 ‘America: A Patriotic Primer’로 당시 부통령 딕 체니(Dick Cheney)의 아내인 린 체니(Lynne Cheney )가 저술한 책이었다. 책 한 권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을 동시에 엿먹인 셈이었다.
▲ 현장에서 촬영된 다른 사진
여자는 검열삭제
2011년 5월 1일, 미국 특수부대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넵튠 스피어 작전)’이 벌어졌다.
성공적인 작전 종료 후, 백악관은 공식 사진작가 피트 수자(Pete Souza)가 작전 중 촬영한 정부 인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특별히 합성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앞에 놓인 흐트러진 문서들이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자료는 빈 라덴이 은신한 파키스탄의 가옥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모자이크 처리의 정확한 이유는 국가기밀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진이 타국인 이스라엘 신문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조금 더 손을 댄 후 공개되어 큰 관심과 함께 논란을 낳았다.
▲ 이스라엘 신문에 공개된 백악관 상황실
이스라엘의 초정통파 유대교(Ultra-Orthodox Judaism)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Di Tzeitung‘신문은 ‘단정함의 율법(laws of modesty)’이라는 오래된 유대교 율법을 편집의 근거로 삼아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드리 토마손(Audrey Tomason) 대 테러리즘 국장(Director for Counterterrorism) 겸 CIA 글로벌 지하드 유닛(CIA’s Global Jihad unit)팀장을 사진에서 증발시켜 버렸다.
▲ 사진에서 사라진 여성인사
이에 즉각 미국언론을 비롯한 여성단체는 물론 이스라엘의 언론들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 유대계 주간지 De Voce에서도 여성을 삭제한 이미지를 게재했다.
Di Tzeitung의 대변인은 “우리는 율법에 따라 여성의 사진을 게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전통이 있으며, 이 문제로 생긴 오해가 여성에게 불쾌감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성명을 백악관과 국무부에 전달했다.
다만 정통유대교는 성별, 인종, 종교에 따른 차별이 없으므로 이번 일에 대해 ‘유대교가 여성을 비하하고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것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악의적인 비방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유감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초정통파 유대교는 법률에 따라 미혼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며 복장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이 이용하는 시장에서 여성의 입장을 막고 있다.
TV에서 이스라엘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면 모자를 쓰고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남성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을 ‘하레디(Haredi)’라고 부르는데, 하레디파는 이스라엘 인구의 12% 정도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이스라엘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 하레디(초정통파 유대교) 남성들
하레디들이 준수하는 유대율법에 따르면, 여성의 모습은 공공기관의 사진이나 광고에서 보여서도 안되며 이는 해외의 뉴스라고 해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율법에 어긋난 복장을 한 여성에 대한 하레디 남성의 폭행이나 침을 뱉은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하며,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여성의 좌석을 교체해 달라는 분쟁으로 불이익을 당한 여성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관련 글: 항공기 자리 분쟁으로 보상금 지급)
▲ 하레디 남성을 풍자하는 애니메이션. 여성이 옆에 앉자 온 몸을 보호막으로 감싸고 있다.
Di Tzeitung의 해명에서 ‘오해’라고 하는 것이나 ‘사과’가 그다지 와닿지 않는 이유이다.
이스라엘은 위의 ‘백악관 여성인사 삭제사건‘ 외에도 과거 초정통파 유대교 랍비들에 의해 창간된 ‘Yated Ne’eman’ 신문에서 자국 대통령인 시몬 페레스(Shimon Peres) 내각의 여성들을 삭제한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사례를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크게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 시몬 페레스 내각의 여성 구성원들이 삭제되고 남자로 합성된 사진
한편 이 사건 이후 많은 패러디가 제작되었는데, 아래와 같이 ‘선정적인 남성들의 모습‘을 삭제한 이미지가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