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0)

위엄을 위한 조작


2010년 9월, 이집트 국영 신문 ‘알 아람(Al-Ahram)’은  2010년 평화 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이스라엘, 미국,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의 지도자들이 당시 이집트의 대통령이었던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1928~2020)와 함께 걷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앞장서서 걸으며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사진 속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앞장서서 걸으며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1


하지만 곧 가장 구석에서 제일 뒤로 뒤처져 걷는 원본 사진이 서구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애초에 초청국인 미국이 아닌 이집트 대통령이 앞서 걸어가는 설정이 무리한 합성이었던 것이다.

 

사진 속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앞장서서 걸으며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3
▲ 회담을 위해 모인 각국 지도자들이 백악관을 걷는 모습 ©Alex Wong


이런 사진 조작은 국내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정권에서 자주 행해지는 조작이다.

 

결국 조작의 효과는 발휘되지 않았고, 2011 이집트 혁명으로 무바라크는 그해 2월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하는 말로를 걸었다.

 

과도한 보정은 역효과


2009년 4월, 덴마크 출신의 사진작가 클라우스 보 크리스텐센(Klavs Bo Christensen)은 ‘올해의 사진’ 콘테스트에 아이티의 빈민가에서 찍은 사진을 제출했다. 사진을 본 심사위원들은 그에게 원본 RAW 파일을 제출하라는 요청을 하였다.

 

사진 속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앞장서서 걸으며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5


이런 요청은 해당 사진콘테스트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심사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제출된 원본과 비교해보면 출품작은 묵과하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보정”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크리스텐센은 “사진을 심하게 보정한 것은 맞지만 사실 보도라는 기준 내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 속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앞장서서 걸으며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7
▲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이도록 과도하게 보정한 것이 제출된 원본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산만함을 줄이거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사진의 보정은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포토샵이 대중화된 현대에 수정한 사진을 보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상적인 보도사진의 보정 수준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노출 및 색상보정 혹은 흑백전환과 크기조정에 그쳐야 하며, 또 그런 기준에 맞게 보정했을 경우에도 ‘원본 사진에서 어떤 변경이 이루어졌는지 표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과도한 보정은 기자가 원하는 정답으로 손쉽게 독자들을 안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독자들이 접하는 것은 실제의 장면에서 완전히 왜곡된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