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8)
크리스마스 정전 축구
아래 사진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14년 크리스마스에 서부전선의 영국과 독일 군인들이 일시적으로 정전을 하고 중립지대에서 축구시합을 벌였다는 전설적인 모습으로 사용되는 자료이다.
당시 ‘크리스마스 정전(Christmas Truce)’에 중립지대에서 양국의 군인들이 만나기는 했지만 축구를 한 것이 사실인지는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이 남아있는데도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진이 크리스마스 정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 속의 병사들은 1915년 그리스 테살로니키(Θεσσαλονίκη, Thessaloniki)에 주둔하던 영국 군인들로, 사진 속에 독일 군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사진은 크리스마스 휴일에 찍은 것으로, 정확히 고친다면 ‘1915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축구를 하는 영국 군인들‘이다.
▲ 영국 리버풀 대성당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정전 축구시합상 ‘All Together Now’ ©Andy Edwards
2층 버스 레이싱
아래는 ‘과거의 놀라운 사진 모음’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종종 등장하는 2층 버스가 경주를 펼치는 사진이다.
사실 한눈에 합성 티가 줄줄 흐르는 것을 눈치챌 수 있지만, 다른 역사적인 사진들과 묶여서 나오는 통에 실제 사진으로 쉽게 믿어지고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흐려진 옛날 사진의 화질을 높이다 보니 합성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지, ‘2층 버스 레이싱이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1933년의 2층 버스는 레이싱은 커녕, 대중들의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30도로 기울어져도 안전하다는 테스트를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2층 버스로 급커브를 해가며 스피드를 겨루는 레이싱을 했을 리가 만무하다.
▲ 30도 기울기 테스트를 받는 2층 버스
춤추는 마하트마 간디
인도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마른 몸으로 글을 쓰거나 앉아있는 사진이 대부분이기에 백인 여성과 춤을 추는 아래의 사진은 역동적인 간디의 유일한 모습으로 놀라움을 주었다.
사실 이 사진은 호주에서 열린 자선행사에 참석한 현지 배우의 ‘간디 코스프레‘로 드러났다.
눈여겨 살펴보면 근육이 전혀 없는 진짜 간디와는 달리, 춤추는 간디의 팔뚝은 근육질임을 볼 수 있다. 얼핏 비슷한 느낌의 인물이나 그를 흉내 낸 사진을 진짜로 오해하는 케이스 중의 하나이다.
▲ 비폭력 무근육 간디
혹자는 ‘젊은 시절의 간디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의문을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디의 널리 알려진 이미지는 노년의 모습일 뿐, 젊은 시절의 간디는 대머리도 아니었고 옷차림도 정장이나 전통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 간디의 젊은 시절. 왼쪽부터 1893년, 1908년, 1913년, 19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