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9)
케네디 대통령 피격순간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1917~1963)의 피격 순간을 포착한 사진으로 거론되는 위의 모습은 사실 미국 TV 영화 ‘The Trial of Lee Harvey Oswald(1977)’ 속의 장면으로 드러났다.
암살사건으로부터 14년 후인 1977년에 배우들을 동원해 정교하게 재연한 장면으로, 한국으로 치면 재연프로그램인 ‘MBC 서프라이즈’의 장면이 실제사건을 촬영한 순간으로 오인되는 케이스에 비유할 수 있겠다.
▲ The Trial of Lee Harvey Oswald(1977)
실제로 케네디 대통령이 피격당하는 순간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데다가 경호 문제로 인해 기자들은 차량과 저 정도로 가까이에 접근하지 못했다. 또한 차량 내부에 쓰러진 케네디 대통령이 보일 정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사진을 찍은 기자 또한 없었다.
KKK단을 구하는 흑인의사
아래의 순간은 응급실에 실려온 백인우월주의자 KKK단원(Ku Klux Klan)을 치료하는 흑인 의료진들의 모습으로 온라인에 널리 퍼진 사진이다.
‘증오하는 자들에 의해 구해지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울림을 주는 사진으로 공유되었지만, 사실 실제 수술 순간이 아니라 호주의 광고대행사 DDB Sydney가 라지 매거진(Large Magazine)에 실을 캠페인으로 제작한 것이다.
▲ 원본 광고 사진
자세히 살펴보면 두 사진 모두 가운데에 동일하게 접힌 주름을 볼 수 있으며, 누군가 원본 광고에서 아래쪽에 있는 문구(For people who think bigger than they are. Large Magazine)를 의도적으로 슬쩍 잘라내고 조작한 정황을 추정할 수 있다.
▲ 깨끗한 사진을 사용했다면 더 오랫동안 진짜 사진으로 퍼져나갔을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두 손을 이용해 지혈을 하고 있는 흑인 의사도 진짜 의사가 아니라 미국 드라마 ‘ER‘에서 벤튼 박사 역을 맡았던 배우 에리크 라 샐(Eriq La Salle)이다. 광고용 사진을 보도사진으로 둔갑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 에리크 라 샐(Eriq La Salle)
당시 사진을 촬영한 션 이저드(Sean Izzard)는 2020년에 이 장면에 대한 문의를 받고 제작현장의 모습과 배우들이 연기한 순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하였다.
▲ 사진작가의 설명 ©Sean Izzard instagram
하지만 ‘증오하는 자에 의해 구해지는 사례‘는 현실에서 기적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위 광고사진과 비슷한 실제 상황으로는 1996년 시위 중 구타당하는 KKK단원을 온몸으로 보호했던 18세 흑인여성 케시아 토마스(Keshia Thomas)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그해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의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 시위대로부터 KKK단원을 보호하는 케시아 토마스(Keshia Tho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