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21)
할리데이비슨 창업주들?
오토바이에 탄 청년들의 모습이 촬영된 흑백사진. 할리데이비슨 창업주 윌리엄 S. 할리(William S. Harley, 1880~1943)와 아서 데이비슨(Arthur Davidson, 1881~1950)이 1914년에 촬영한 것으로 퍼져있는 사진이다.
명확히 보이는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상표와 남자 2명이 오토바이 2대에 타고 있는 흔치않은 구도는 이를 쉽게 사실로 믿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둘은 할리데이비슨의 경영자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반인이다.
사진을 공개한 사람에 따르면, 자신의 사촌할아버지 라스 존슨(Lars Johnson)과 그의 동생이 미네소타주 줌브로타(Zumbrota)에서 구입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가기 전에 대리점에서 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있는 영수증에 따르면 당시 할리데이비슨을 구입한 가격은 245달러. 2023년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7540달러 정도이다.
▲ 지금도 잘못된 설명이 붙어 돌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이 사진이 실제 할리데이비슨의 창업주들인지는 원본사진의 출처와 영수증이 없어도 충분히 검증이 가능하다. 두 사람의 사진은 현재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진은 1924년에 촬영된 것으로, 오토바이 운전석에 앉아있는 인물이 할리데이비슨의 실제 창업주인 윌리엄 S. 할리이다. 사이드 카에 앉아있는 사람은 윌리엄 A. 데이비슨으로 아서 데이비슨의 부친이다.
▲ 윌리엄 S. 할리(오른쪽)
얼핏 봐도 1914년에 촬영된 청년들과는 이목구비가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촬영 시점이 10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들과는 최소 20년 정도는 나이 차이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 아서 데이비슨
1955년 미인의 풍만한 몸매
아래의 사진은 ‘타임 매거진에 소개된 1955년 미인의 풍만한 몸매’라는 설명과 함께 화제가 되었다. 흐릿한 흑백사진에 고전적인 머리모양과 화장은 순간적으로 굳건한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과거는 촌스럽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여기에 현대미인들의 마른 체형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 ‘1950년대의 표준 체형’으로 퍼져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진 속 여성의 정체는 미국의 성인모델인 아리아 지오반니(Aria Giovanni)로 드러났다.
아리아 지오반니는 1977년생으로 1955년보다 20년 이상 늦게 태어났으며, 해당 사진은 2004년경에 과거의 스타일로 설정하고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 원본 컬러사진. 아래쪽의 연대가 드러나는 워터마크를 잘라내고 조작했다.
당시 함께 촬영한 다른 사진들을 보면 얼굴이 드러나는 데다가, 자세나 페디큐어 때문인지 1950년대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다른 컷
조작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목적으로 얼굴을 숙인 사진을 고르고, 흑백으로 바꾼 다음 선명도까지 낮추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설명에도 ‘타임 매거진‘이라는 문구까지 추가해 공신력까지 더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