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44] 명옥(明玉, 기생)

어여쁘고 절묘한 얼굴은 화중왕 되는 목단화 한 송이가 하룻밤 뒤 이슬에 반만큼 핀 듯하고 주순을 반개하여 낭랑한 목소리로 가곡을 노래할 때는 옥반에 진주를 굴리는 듯한 의주 기생 방명옥(方明玉)은 방년이 15인데,

 

재질이 민활하여 예기에 투신한 지 불과 몇 달이 못 되었으나 시조, 가사, 노래, 잡가 여러 가지와 입무, 검무에 능란하며 또한 보통의 지식이 있을 뿐 아니라 국어(일본어)가 능통하여 내지인 교제에도 정을 통하니 기생계의 특점이요. 대인 접객도 온화한 태도로 은근히 교제하니 누구든지 한번 본 사람은 칭찬하지 않는 자 별로 없더라.

 

원래 개성 태생으로 여섯 살에 모친을 여의고 아홉 살에 의주로 와서 고모에게 의탁하여 있다가 11살에 보통학교에 입학하여 3년간을 공부하더니, 생활의 곤란함으로 인하여 부득이한 사세로 작년 8월분에 예기조합에 입학하여 지금까지 공부 중인데 문일지십하므로 자기의 이름과 같이 후세에는 옥을 울리겠더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방명옥(方明玉)


• “아- 내가 팔자는 기박하여 모친을 일찍이 잃었으나 환거의 부친을 모시고 고모의 은덕을 입었으니 아무쪼록 재산을 모아야 부친의 노래(老來)를 봉양하고 고모의 신세를…”

하고 화용월태에 수색만.

【매일신보 1914.03.21】

– 화중왕(花中王): 꽃 중의 왕. 모란(목단화)을 달리 이르는 말
– 주순(朱脣): 붉고 고운 입술
– 반개(半開): 반쯤 열거나 벌림
– 옥반(玉盤): 옥돌로 만든 쟁반이나 밥상
– 재질(材質): 재주와 기질
– 민활(敏活): 날쌔고 활발한
– 내지인(內地人): 외국이나 식민지에서 본국을 이르는 말. 일본인
– 특점(特點): 특별히 다른 점
– 보통학교(普通學校): 일제시대 조선인들에게 초등 교육을 하던 학교
– 문일지십(聞一知十): 하나를 듣고 열 가지를 미루어 안다는 뜻
– 기박(奇薄): 팔자, 운수 따위가 사납고 복이 없음
– 환거(鰥居): 홀아비로 삶
– 노래(老來): ‘늘그막’을 점잖게 이르는 말
– 화용월태(花容月態):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
– 수색(愁色): 근심스러운 기색
– 옥을 울리다: 이름 ‘명옥’의 명과 음이 같은 ‘울릴 명(鳴)’을 이용한 말장난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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