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45] 연화(姸花, 기생)

상글상글 웃는 때에 아릿아릿한 눈에는 쌍꺼풀이 지고, 양협은 홍도화색 같고 발그스름한 입술 안에 금니가 반짝반짝 드러나는 김연화(金姸花)의 얼굴은 보는 사람이 흠탄치 않을 자 없도다.

 

집은 평양 널다리골(板橋洞) 6통 9호요, 방년이 15세라.

 

열한 살부터 기생이 되어 시조, 가사, 노래는 물론 남에게 양보하지 아니하고 입무, 승무와 수심가, 놀령사거리, 육자배기, 만수타령은 모두 명가묘무(名歌妙舞)라 칭할 만하고, 또한 양금이 선수라 섬섬옥수로 채를 잡고 줄을 울려 구창금화(口唱琴和)하는 진경(眞景)은 평양 제일강산을 자랑하는도다.

 

이로부터 연화가 연주장에 출연이 빈빈(頻頻)하여 일반사회에서 거의 연화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게 되었더라.

 

상글상글 웃는 때에 아릿아릿한 눈에는 쌍꺼풀이 지고, 양협은 홍도화색 같고 발그스름한 입술 안에 금니가 반짝반짝 드러나는 김연화(金姸花)의 얼굴은 보는 사람이 흠탄치 않을 자 없도다. 1
▲ 김연화(金姸花)


그러나 연화는 일상 남 모르는 수심이 마음에 가득하여 얼굴에까지 수태가 나타남은 용이히 헤아리지 못할 바로다.


한 곡조 노래로 회포를 자아내니 그가에(그길로) 하였으되,

 

상글상글 웃는 때에 아릿아릿한 눈에는 쌍꺼풀이 지고, 양협은 홍도화색 같고 발그스름한 입술 안에 금니가 반짝반짝 드러나는 김연화(金姸花)의 얼굴은 보는 사람이 흠탄치 않을 자 없도다. 3
▲ 평양 널다리골 애련당(愛蓮堂)

「동양천지 문명되어 남녀동등 오늘날에, 여학생이 왜 못되고 기생명칭 가졌는가.
고등학식 못 배우고 시조가사 웬일인고, 아서라 이왕지사 기생 학생 생사야 일반이지.」

 

이렇듯 부르는 노래는 연화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쫓아 나온(부득이한 사정을 담은) 것이나, 다시 생각하면 나마이키(なまいき)는 재소난면인걸.

【매일신보 1914.03.24】

– 상글상글: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정답게 웃는 모양
– 아릿아릿: 아렴풋하게 자꾸 눈앞에 어려 오는 모양
– 양협(兩頰): 두 뺨
– 홍도화(紅桃花): 홍도 나무(복숭아나무)의 꽃
– 흠탄(欽歎): 아름다움을 감탄함
– 널다리골: 판교동(板橋洞). 평양 대동문 안 애련당이 있던 연못에 판교가 있어서 널다리골이라고 불렸다.
– 명가묘무(名歌妙舞): 훌륭한 노래와 춤
–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
– 구창금화(口唱琴和): 양금을 연주하며 가락을 부르는 것
– 진경(眞景): 실제 경치. 연주하는 모습을 절경에 비유
– 빈빈(頻頻): 출연이 잦다. 빈번하게
– 수태(愁態): 근심스러워하는 모양
– 용이히(容易히): 어렵지 않고 매우 쉽게
– 그가에(그街에): 그길로. 곧바로
– 이왕지사(已往之事): 이미 지나간 일
– 기생 학생 생사야 일반이지: 기생이나 학생이나 살고 죽는 건 마찬가지라는 의미
– 나마이키(なまいき): 生意気. 건방진, 잘난 체하는 것
– 재소난면(在所難免):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움

나마이키는 재소난면인걸: 연화가 부른 앞의 노래가 ‘공부해봐야 너나 나나 죽는 건 마찬가지지’라는 의미이니 예단일백인을 쓴 학식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생이 된 그녀의 사정도 이해할 만 하나 젊은 나이나 신분에 비해 건방진 태도임을 벗어나기 힘들다’라는 의미로, 즉 ‘어라 다시 보니 건방진 소리인걸’ 하고 실소하는 느낌으로 적은 것.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