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49] 채옥(彩玉, 기생)
체골(體洞) 김필수(金弼洙)의 기생 채옥이는 경성 태생으로 삼 년 전에 사정으로 인하여 기생에 나왔는데 금년이 20세라.
얼굴의 바탕은 어여쁘게 되었으나 고생 근심에 그리하였는지 정든 낭군을 자주 보지 못하여 그러한지 화용이 적이 초췌한 모양은 더욱 어여쁘고, 기특한 것은 손님을 대접하면 제 근심은 어떠하든지 기색도 보이지 않고 상글상글하여 쾌락하게 놀아주는 것이라.
배운 연조는 오래지 아니하여도 각종 춤도 잘하고 소리는 경향을 물론 하고 각항을 모두 명창으로 부르는데,
▲ 채옥(彩玉)
채옥이는 길가에 피어있는 꽃과 같아 행인에게 이치고, 장난꾼에게 꺾이는 바 되어 온전한 근본의 고운 바탕을 잃었더라.
그러나 채옥은 곤궁히 지내는 노모의 신세를 불쌍히 여기어 수고로이 잠 못 자고 버는 돈을 한 푼 두 푼씩 저축하여 매삭 10원씩 그 노모에게 보내준다 하니 그 점은 더욱 가상하다.
▲ 1910년 12월 21일부터 발행된 한국은행권
기한이 도골(到骨)한 노모를 화류계에 놀면서도 항상 생각하며 지내는 것은 진실로 가상한 일이라 하겠더라.
【매일신보 1914.03.28】
– 체골: 경성부 체동(體洞)
– 화용(花容):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
– 적이: 꽤 어지간한 정도로
– 상글상글: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정답게 웃는 모양
– 연조(年條): 어떤 일에 종사한 햇수
– 이치고: 이아치고의 준말. 손실을 입히거나 시달리게 하고
– 매삭(每朔): 매달
– 10원: 2020년 현재가치 약 200만원으로 추정
– 기한(飢寒): 배고픔과 추위
– 도골(到骨): 골수에 사무친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