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0] 정희(正姬, 기생)
평양 사창동 15통 5호 기생 장정희는 방년이 19세라.
인물이 어여쁘고 심지가 단정하여, 비록 화류계에는 출신하였으나 진실로 부인의 자격을 가졌더라.
열한 살에 기생서재에 입학하여 시조, 가사, 노래와 기타 잡가를 다 배우고 입무, 승무, 검무와 또한 양금을 공부하여 추월춘풍에 화용월태와 명가묘무를 자랑하여 세상에 정희라는 기생이 나온 줄을 알게 하였도다.
다만 정희의 마음이 청렴과 사양으로 주장하여, 전재에 욕심이 전혀 없고 오직 정과 예로써 손님을 대접하매 청년 남아가 모두 정숙한 태도로 교제한다.
그러나 빈곤 이자가 정희의 신상을 떠나지 아니하여 일시도 화려하고 풍부한 시절을 보지 못하니, 어떠한 자선심이 많은 사람이 있으면 정희의 괴로운 몸을 건져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양이라나.
▲ 정희(正姬)
• “내가 기생될 때에 우리 부모가 극히 만류하시던 것을 그때는 철 모르고 좋은 의복 입고 곱게 단장하고 다니는 기생들이 부러워 이 모양을…”
• “지금은 후회막급이지만은 이왕지사 할 수 있습니까?”
• “이미 기생된 바에야 두루춘풍으로 되는대로 놀아보지. 세월이 얼마나한가요, 부유천지에.”
【매일신보 1914.04.01】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추월춘풍(秋月春風): 가을 달과 봄바람, 흘러가는 세월을 이르는 말
– 화용월태(花容月態):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
– 명가묘무(名歌妙舞): 훌륭한 노래와 춤
– 전재(錢財): 재물로서의 돈
– 이왕지사(已往之事): 이미 지나간 일
– 두루춘풍(두루春風): 누구에게나 좋게 대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
– 얼마나한가요: 보통 크기나 가격을 물어볼 때 쓰이지만 뒤에 따라오는 ‘부유천지’와 맞물려 매우 짧고 작은 인생사를 표현하고 있다.
– 부유천지: 천지에 빌붙어 사는 하루살이 신세. 소동파의 ‘전적벽부’에 나오는 말로 ‘기부유어천지(寄蜉蝣於天地)’의 줄임말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