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1] 춘홍(春紅, 기생)

차문미인하처재(借問美人何處在)오. 불문가지(不問可知) 청석골이라.

(미인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것이오? 물을 필요도 없이 청석골이라)

 

이름은 춘홍이오 방년은 17이라.

동그스름한 얼굴에 교태가 가득하고, 맑고 아리따운 추파에는 탕정남아의 어리석은 간장을 한없이 태우겠고, 입은 조금 적은 듯하나 뱅글뱅글 웃는 때에는 박속같은 흰 이가 조금 드러나는 모양이 더욱 어여쁘다.

 

양금, 가야금은 그 장기요. 시조, 가사, 잡가는 나이로 보아서는 또한 명창이라 하겠고,

 

「놀자 놀자 젊어 놀자. 인생 한번 돌아가면 다시 젊지 못하리라」

 

맑고 처량하게 빼어내는 수심가 한 곡조는 춘삼월 잃어버린 꾀꼬리 벗님을 부르는 듯.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춘홍(春紅)

• “저는 낫기는 서울서 낫지요마는 어려서 우리 고향, 평양으로 도로 내려가 열네 살부터 서재에서 공부하다가 연전에 또다시 올라왔지요.”

• “별로 다른 걱정은 없으나 늙은 아비가 작년부터 병이 들어 종시 낫지 못하고 병상에서 신음하는 모양, 자식 된 마음에 차마 초민하여 못 견디겠어요. 무슨 약을 쓰면 나을는지 산천기도나 정성으로 들여볼는지요. 정 답답해요.”

• “소원이랄 것 무엇 있겠습니까. 저희들 소원이 다 그렇고 그렇지요. 별 것 있겠습니까마는 저는 마음에 이왕 일부종사 못하는 터이야 기생으로 가무를 조선 안에 제일가게 배워가지고 한번 드날리다가 좋은 사람 있으면, 그리고 그리고 유자생녀하고 한 세상을 보낼까 합니다.”

• “그리고 저는 여러 손님들이 하도 과히 사랑하여 주시니까 너무 황송하고 외람한 마음이 생길 때도 있어요.”

【매일신보 1914.04.02】

– 차문미인하처재(借問美人何處在): 미인이 어디 있느냐고 묻다.
– 불문가지(不問可知): 묻지 아니하여도 알 수 있음
– 청석골: 서울 종로구 견지동 · 관훈동에 걸쳐 있던 마을
– 추파(秋波):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은근히 보내는 눈길
– 탕정남아(蕩情男兒): 방탕한 남자
– 뱅글뱅글: 입을 살며시 벌릴 듯하면서 자꾸 소리 없이 보드랍게 웃는 모양
– 서재(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연전(年前): 몇 해 전
– 종시(終是): 끝까지 내내
– 초민(焦悶): 속이 타도록 몹시 고민함
– 산천기도(山川祈禱): 산천의 신령에게 드리는 기도
– 일부종사(一夫從事): 한 남편만을 섬김
– 유자생녀(有子生女): 아들딸을 많이 낳음
– 외람한(猥濫한): 분수에 넘치는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