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3] 산호주(珊瑚珠, 기생)

해주에서 모르는 이가 없이 유명한 기생 산호주(珊瑚珠)는 방년이 20세라.

근본 해주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어여쁘고 영리하며 장래성이 많은 고로, 고모 홍 씨의 손에서 양육을 받으며 장중보옥같이 길렀더라.

오륙 세에 약간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구세부터 기생서재에서 공부하였는데 시조, 가사, 노래와 춤과 탄금이 일등이며, 겸하여 보통 국한문을 능통하여 신문을 애독하는 사람이라고 일반 사람의 칭찬이 자자하고, 화용월태의 아리따운 얼굴은 어떤 손님에게든지 기껍게 하지 않음이 없도다.

재산은 별로 모으지 못하여 가세가 풍족하지 못하나 조모와 고모에게 효성으로 봉양함에 4~5명 가족이 원만히 세월을 보내더라.

산호주 생각에는 학문 있고 덕 있는 남편을 만나 생남생녀하고 재미있게 백 년을 해로코자 화조월석 번화한 가운데에서도 견권한 일편단심이 구만리 전정을 희망하고 있는 터이더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산호주(珊瑚珠)


• “나는 참말이지 신병은 종종 있지마는 하루라도 손님이 없으면 갑갑하여요.”

• “그래서 틈만 있으면 신문 보는 게 아주 재미가 있어요. 어찌하면 어려운 한문 글자를 다 알는지.. 신문 보다가 어떤 구절에 가서는 모르는 문자가 아주 닥상이에요. 조금만 더 알았으면..”

 

꽃이야 곱다마는 가지 높아 못 꺾겠네.
꺾지는 못하나마 이름이나 짓고 가세.
아마도 저 꽃 이름 단장화라.

 

하는 시조 소리, 옥반에 진주를 굴리는 듯.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단장화(斷腸花)

【매일신보 1914.04.05】

– 장중보옥(掌中寶玉): 손안에 있는 보옥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탄금(彈琴): 거문고나 가야금을 탐
– 화용월태(花容月態):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를 이르는 말
– 기껍게: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 생남생녀(生男生女): 아들딸을 낳음
– 화조월석(花朝月夕): 꽃 피는 아침과 달 밝은 밤. 경치가 좋은 시절
– 견권(繾綣): 마음속에 굳게 다짐
– 구만리 전정(九萬里 前程): 앞으로 가야 할 아득하게 먼 길. 백년해로와 같은 의미를 반복 사용함
– 신병(身病): 몸에 생긴 병
– 닥상(たくさん): 일본어 ‘많이’라는 의미. 모르는 한문이 많다는 뜻
– 옥반(玉盤): 옥돌로 만든 쟁반이나 밥상
 단장화(斷腸花): 베고니아. 애끊는 슬픈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꽃이라 하여 단장화로 불린다. 꽃말 역시 ‘짝사랑’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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