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4] 소연(素姸, 기생)

평양기생 김소연(金素姸)은 방년이 이팔(二八)이라.

열 살부터 기생이 되어 노래와 춤을 갖추 배워 한 가지라도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없고, 외모와 마음이 한결같이 얌전하며 대인 접객은 참말 선수라 칭할 만하고, 또한 예기조합에 들어간 이후로 연주회를 개최할 때마다 항상 일등이라는 이름을 내놓지 아니하는 터이나..

그러나 소연의 신세는 처량하고 한심한 가운데 있어 몸과 마음이 쾌락하지 못한 것도 한 정수(定數)라 하리로다.

본시 소연은 평양 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적빈 생활은 잠시도 물러가지 아니하여, 그 부모가 소연을 외딸로 길러냄의 사랑하기는 금지옥엽 이지마는 곤란한 형편에 할 수 없이 기생을 시켰는데 그럭저럭 가는 세월은 잠시간 5~6년이 되었더라.

그동안 생활은 전혀(온전히) 소연의 노래와 춤을 팔아 지내니 그 고생이 어떠하였으리오.

설상가상이란 말과 한 가지로 작년 7월에 소연의 부친이 저 세상으로 영결하니, 외로운 모친을 모시고 애통히 지내는 오늘날 소연의 눈에는 눈물 마르기를 바랄 수 없도다.

• "다만 소원이 이것뿐이올시다." 1
▲ 김소연(金素姸)


• “아- 명명창천이 하감 하시옵소서. 급히 발원하는 바는 어떤 양반이 내 몸을 거두어 주는 동시에, 우리 어머니도 거두어 주시려는지요.”

• “다만 소원이 이것뿐이올시다.”

 

하고 근심하는 빛이 얼굴에 가득.

【매일신보 1914.04.07】

– 이팔(二八): 16세
– 갖추: 고루 있는 대로
– 한심한(寒心한): 정도(程度)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가엾고 딱함
– 정수(定數): 정해진 운수. 팔자
– 적빈(赤貧): 몹시 가난함
– 금지옥엽(金枝玉葉): ‘금 가지에 옥 잎사귀’란 뜻으로 귀한 자손을 이르는 말
– 잠시간(暫時間): 짧은 시간 동안에
– 영결(永訣):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서로 영원히 헤어짐
– 명명창천: 밝고 푸른 하늘. 신(神)으로서의 하늘을 부르는 말
– 하감(下鑑): 아랫사람이 올린 글을 윗사람이 봄. 소원을 들어달라는 말
– 발원(發願): 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을 빎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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