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2] 농월(弄月, 기생)
연기는 겨우 15세에 지나지 못하나 노래, 가사, 시조, 수심가, 검무, 정자무도 능통한데 더욱이 북치기를 잘하여 기생으로 북잡이 하는 것은 농월이가 처음이라 하겠더라.
고향은 평양이라.
재작년 11월에 경성으로 올라오며 그 형 산월이를 따라 기생에 투족하였으니, 아직 연기가 어리나 얼굴에 어여쁨과 행동의 단아함은 장래에 유명한 일개 명기의 이름을 얻기 어렵지 아니하리로다.
지금도 외양으로 보면 17~8세 된 사람과 같이 노성한 모양이 보이기도 하며, 어린 태도도 있는 것 같아서 노는 사람의 정을 자연히 이끌게 하는 것이 농월이의 칭찬받을 곳이라.
▲ 농월(弄月)
아직 농월은 유년시절이라 장래의 방침을 어떻게 할지는 분별이 없었으나 그 형의 지도로 몸가짐과 손님 접대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 하니, 그 행신의 잘할 것은 묻지 아니하여도 가히 알 일이니, 가위 군가형제는 불가당이로다.
【매일신보 1914.04.21】
– 북치기: 본문에선 박치기, 박잡이라는 단어를 썼으나 ‘북’이 맞다. 필자가 비표준어를 사용한 듯
– 북잡이: 고수. ‘북재비’라고도 한다. 북으로 반주를 맡은 사람으로 남자가 선호되므로 여성인 기생이 북잡이 하는 것은 희귀한 상황(고수계 새 바람 “여성도 할 수 있다”)
– 연기(年期): 일 년을 단위로 하는 기간. 나이
– 투족(投足): 발을 내디딤. 업계에 들어섬
– 노성(老成): 많은 경력을 쌓아 의젓하고 노련함
– 행신(行身):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
– 군가형제불가당(君家兄弟不可當): 군가(君家)는 왕실의 대군 집안을 의미하는 집을 높이는 단어. ‘이 댁 형제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뜻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