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5] 채희(采姬, 기생)
단성사에 출연하는 구극 여배우 채희는 단가로 명창의 이름을 듣는 채란이의 아우라.
금년이 14세로 체격은 잔약하나 소리는 숙달하여 난형난제의 평론을 듣겠더라.
각종 잡가와 성주풀이, 단가, 산타령, 흥타령, 개구리 타령으로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승무는 채희의 제일 잘하는 것이라.
3년 전부터 그 형 채란에게 가무를 배워 지금은 매야 출연하여도 한 배우의 직책을 능히 하는 고로 어린아이의 조그마한 목소리로 능히 성인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더욱 귀하게 여겨 칭찬하는데, 이후 몇 해를 지내면 그 형을 능히 압두할만하겠도다.
▲ 채희(采姬)
본래부터 경성 태생이라 초년부터 그 형제 여러 사람이 동서로 표박하여 일정한 직업과 생활 방법이 없더니, 다행히 그 형이 배우로 출세하여 지금은 거의 성공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채희도 한 문하의 제자가 되어 삼 형제가 함께 버는 돈으로도 늙은 모친 하나를 봉양하는 중이라 하니 여러 형제 중에 큰 형보다도 어린 아해로 근면하는 채희의 마음이 더욱 가상하도다.
【매일신보 1914.04.24】
– 단성사(團成社): 한국 최초의 극장. 현재는 영화 전용 극장으로 영업 중. (관련 글: 단성사 화재)
– 구극(舊劇):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는 연극
– 단가(短歌): ‘시조’를 달리 이르는 말
– 잔약(孱弱): 가냘프고 약한
– 승무(僧舞): 장삼과 고깔을 걸치고 북채를 쥐고 추는 민속춤
– 난형난제(難兄難弟): 둘이 비슷하여 낫고 못함을 정하기 어렵다는 뜻
– 매야(每夜): 매일 밤마다
– 압두(壓頭): 상대편을 누르고 첫째 자리를 차지함
– 표박(漂泊): 일정한 주거나 생업이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냄
– 아해: ‘아이’의 옛말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