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8] 초향(初香, 기생)
장안사에는 초향이라 하는 동기가 매일 밤에 출연을 하는데, 나이는 지금 열네 살이라 하며 소리는 못하는 것이 없이 모두 잘하여 판소리, 육자배기, 새타령, 단가, 성주풀이, 허튼춤 등 무엇이 아니 명가묘무리오.
경상남도 대구가 고향이요.
작년 정월에 경성으로 올라와 장안사 연극장에서 여러 사람의 바라보는 꽃이 되어 칭찬과 귀여워하는 중에서 세월을 보내는 초향이의 신세야 진실로 다행하도다.
▲ 초향(初香)
12세부터 대구에서 가곡을 공부하여 경성에서 재조를 발휘하는도다.
갸름한 얼굴이요, 명랑한 눈짓이며, 방글방글하는 입이요, 삼단 같은 머리에서 발꿈치까지 끌리는 것은 외표 내양이 모두 한 곳도 흠절 잡을 곳이 없다 하리로다.
▲ 고운 머릿결 같은 삼단
지금은 중부 한양동(漢陽洞) 부근에서 부모를 봉양하며 낮이면 한가한 세월을 부모 슬하에서 보내고, 밤이면 천백인이 모인 곳에서 부채를 들고 갸우뚱갸우뚱하며 사랑가를 내어놓을 제는 실로 기특하다 하겠도다.
【매일신보 1914.04.29】
– 장안사(長安社): 1908년 경성 중부 교동(校洞)에 있던 극장. 1914년 10월에 해체
– 동기(童妓): 아직 머리를 얹지 않은 어린 기생
– 허튼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추는 흐트러진 춤
– 명가묘무(名歌妙舞): 훌륭한 노래와 춤
– 재조(才操):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재주
– 삼단: 삼베를 짜기 위해 삼(麻)을 묶어놓은 것. 숱이 많고 결이 좋은 긴 머리를 삼단에 비유한다.
– 외표(外表): 겉에 드러난 풍채
– 내양(內樣): 내면의 모습
– 흠절(欠節):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
– 한양동(漢陽洞): 서울 종로구 낙원동-돈의동-익선동에 걸쳐 있던 마을
– 천백인(千百人): 수천수백의 많은 사람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