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9] 녹주(綠珠, 기생)
녹주의 성은 강이요, 출생은 평양이요.
방년은 15세인데 지금은 중화군(中和郡) 주인골(主人洞) 한 모퉁이 집에 있더라.
어렸을 때에 세상의 풍조를 따라 어느 여학교도 잠깐 구경은 한 일이 있고, 그 후에는 다시 세태와 인정의 변천을 따라 기생 노릇을 소원으로 알고 기생학교에 다닌 지 수년 동안에 각종 가무를 다 능통하고,
수개월 전부터 예기조합에 투명하여 영업을 시작하였는데 백마금편의 호협소년들은 문전에 자취가 끊일 때가 없더라.
▲ 녹주(綠珠)
얼굴은 그다지 어여쁘지 아니하나, 그 마음은 실로 어여쁘고 아름답고 기특하여 장래에 명기로 정망하였는 터이라.
어린 기생으로 또는 제반 가무에 능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는 것이 역시 천질의 재조를 가진 것이라 하겠도다.
녹주의 소원하는 일은 이위 한번 나온 기생 노릇은 몇 해 동안이든지 하여 화류계의 재미를 맛본 후에 다정한 남자를 얻어 평생에 화락하기를 원이라 하더군.
【매일신보 1914.04.30】
– 중화군(中和郡): 황해북도 북부에 있는 군
– 투명(投名): 이름을 올리다. 등록
– 백마금편(白馬金鞭): 흰 말과 금색의 채찍. 호사스러운 행장
– 호협소년(豪俠少年): 호탕한 젊은이들
– 정망(定望): 어떤 사람을 마음에 정하여 두고 추천함
– 제반(諸般): 어떤 것과 관련된 모든 것
– 천질(天質): 타고난 성질
– 재조(才操):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재주
– 이위(已爲): 다 끝나거나 지난 일. 이미
– 화락(和樂): 화평하고 즐거움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