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0] 금홍(錦紅)
평양 안주동(安州洞)에 유명한 기생 금홍이는 금년이 15세라.
나이는 비록 어리고 기생으로 다니기는 오래지 아니할지라도 익숙한 노기(老妓)를 능가할만하여 잡가와 춤은 모르는 것이 없고, 그중에도 수심가는 가위(可謂) 명창이라.
꽃 같은 얼굴과 오묘한 태도는 금인지 옥인지 분간하기 어렵도다.
단순옥치(丹脣玉齒)를 한번 나타내면 그 말이 마디마다 향기롭고, 연보(蓮步)를 한번 옮기어 놓으면 발자취마다 교태가 흐르는 것 같다.
▲ 금홍(錦紅)
일람첩기(一覽輒記)하는 표일(飄逸)한 재주는 무슨 소리든지 한번 들으면 잊지 아니하고, 한번 배우면 즉시로 명창이라.
사람을 대하면 춘풍이 부는 것 같고, 노래를 부르면 음악이 화함하듯.
꽃이 가위 꽃다운 자격을 발표함은 금홍이로 위시(爲始)하였도다.
【매일신보 1914년 5월 23일】
– 노기(老妓): 늙은 기생
– 가위(可謂): 참으로
– 단순옥치(丹脣玉齒):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 아름다운 여자를 이르는 말로 단순호치(丹脣皓齒)를 주로 쓴다.
– 연보(蓮步): 미인의 정숙하고 아름다운 걸음걸이
– 일람첩기(一覽輒記): 한 번 보면 다 기억한다는 뜻. 총명함
– 표일(飄逸): 성품이나 재주가 뛰어나게 훌륭함
– 화함(和함): 무엇을 타거나 섞다. 음악과 섞인다는 뜻
– 위시(爲始): 여럿 중에서 대표 혹은 선두주자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