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4] 화향(花香, 기생)
광교기생 화향이는 방년이 20세라.
동탕한 얼굴이요, 천연한 자태와 거동은 참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옆을 조금도 떠나지 못하게 함은, 오늘날 화향의 아름다운 색태(色態)로다.
진주 출생으로 아홉 살에 올라와서 몸이 화류계에 매인바 되니 그때는 기생이라면 관기로 더욱 뽐내는 판이라 모든 사람의 사랑하고 귀애함도 극진히 받았고 문전이 저자를 이루어 한시라도 한가한 겨를이 없었으므로 화향이의 이름이 바야흐로 높았더라.
▲ 이화향(李花香)
그러한 기능과 특장은 날로 점점 진보되어 일취월장해가니 전후(모든) 노래와 춤은 더 압두(壓頭)할 자가 없으며, 시세(時勢)의 변천을 따라 화향이도 또한 감각한 바가 있어 화류계 례습(例習)을 타파하고 새롭고 덕스러움을 주장하여 국한문의 공부를 열심으로 배우며 기타 손님 대접을 친절 정녕(丁寧)으로 환성을 사매 어찌 아니 사랑치 않으리오.
오늘날 화향이가 몸을 돌이켜 들어가는(결혼하여 기생을 그만두는) 날에는 진실로 광교 기생계에는 한낱 광채가 없어진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로다.
단순호치는 천연한 사진이오, 유덕스러운 귀는 더욱이 장래에 수명장수할지로다.
지금은 다방골 김중화의 기생 이화향(李花香).
【매일신보 1914.06.04】
– 동탕(動蕩): 얼굴이 예쁘고 살집이 있는 모습.
– 천연(天然): 자연 그대로의
– 색태(色態): 여자의 곱고 아리따운 자태.
– 관기(官妓): 관청에 속한 기생
– 귀애(貴愛): 귀엽게 여겨 사랑함.
– 저자: ‘시장(市場)’을 이르는 말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뜻.
– 특장(特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
– 압두(壓頭): 상대편을 누르고 최고의 자리를 차지함.
– 시세(時勢): 그 당시의 세상.
– 례습(例習): ‘습례(習例)’를 필자가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습관이 된 풍속을 말한다.
– 덕스러움(德스러움): 어질고 너그러워 보이는 모습.
– 정녕(丁寧):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친절한 모습.
– 단순호치(丹唇皓齒): 붉은 입술과 희고 깨끗한 치아. 미인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
– 유덕스러운(有德스러운): 덕망이 있어 보이는.
– 수명장수(壽命長壽): 수명이 길어 오래도록 삶.
– 다방골: 지금의 서울 중구 다동(茶洞). 조선시대 궁중음식을 맡아보는 사옹원(司饔院)의 다방(茶房)이 설치되어 유래된 이름이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 참고문헌:
•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九四).화향 (19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