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93) 1956년, 종전 후 재발굴되는 ‘베를린 올림픽 종’
아래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라졌던 나치 독일의 상징이었던 종을 땅속에서 파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종은 1936년 베를린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떠오르는 독일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었다.
▲ 1956년 12월 16일, 발굴되는 베를린 올림픽 종
종의 무게는 9.6톤에 달했으며, 이를 매달기 위한 종탑은 건축가 베르너 마치(Werner March, 1894~1976)가 설계한 것으로 높이는 30층 아파트에 육박하는 77m였다.
▲ 베를린 올림픽 종이 걸린 종탑(1936년)
청동으로 주조된 종의 표면에는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과 올림픽 오륜기를 발톱으로 쥐고 있는 독일제국의 상징 쌍두수리(double-headed eagle)가 새겨졌고, 가장자리를 따라 아래의 문구가 쓰였다.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게임. 1936년 8월 1~16일, 전 세계의 젊은이를 부른다”
“1-16 August, 1936. 11 Olympische Spiele Berlin. Ich Rufe Die Jugend Der Welt”
▲ 1936 베를린 올림픽 종 제작 직후의 모습
영원할 것만 같았던 위풍당당한 종탑은 전후 베를린에 주둔한 소련군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인해 철골구조가 뒤틀려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1947년에 영국 측의 폭파 해체로 철거되었다.
이때 종은 광장으로 추락하면서 금이 갔고, 따라서 맑은 소리를 균일하게 내야 하는 종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하였다. 한때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나치 독일의 몰락처럼 땅속에 묻혀있던 종은 사진과 같이 12년이 지나 탐지기를 동원하고 나서야 찾아낼 수 있었다.
▲ 종을 울리는 모습
하지만 발굴 이후에도 유물은 커녕 대전차포탄의 표적물로 사용되는 등 흑역사의 흉물로 취급받았다. 이후 세월이 흘러 지금은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Olympiastadion Berlin,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 외부에 전시되어 전쟁의 상처를 보여주는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다.
▲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남쪽 문 근처에 설치된 1936 베를린 올림픽 종
철거되었던 종탑도 재건이 승인되면서 1960년~1962년 사이에 복원되었고, 신 종탑에 걸린 현재의 종은 훨씬 작은 4.5톤으로 제작되어 과거의 종과 마주하고 있다.
▲ 과거의 올림픽 종(좌)과 새로운 종탑에 걸린 종(우). 두 종은 모두 보훔 주강협회(Bochum Association for Cast-Steel)에서 주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