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역사상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남은 테니스 코트 난입

1996년 7월 7일 일요일, 14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리하르트 크라이첵(Richard Krajicek)과 미국의 말리바이 워싱턴(MaliVai Washington)이 맞붙었다.

 

시합 개시를 앞둔 두 선수가 네트 근처에서 악수를 나누는 순간, 관중 난입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탄생했다. 앞치마(pinny)만 착용한 의문의 여성이 경기장을 가로질러 달려왔고, 선수들 근처에 오자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던 앞치마까지 들어 올려버린 것이다.

 

1996년 7월 7일 일요일, 14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리하르트 크라이첵(Richard Krajicek)과 미국의 말리바이 워싱턴(MaliVai Washington)이 맞붙었다. 1
▲ 경기 직전 뛰어든 여성 【사진: Andy Hooper】


단순히 옷을 벗고 경기장에 관중이 난입하는 상황은 지금도 종종 발생하지만, 알몸의 여성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긴장을 풀어버린 선수들이 함께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마치 설정된 작품과도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면서 역사상 가장 강렬한 스트리킹으로 회자되고 있다.

 

1996년 7월 7일 일요일, 14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리하르트 크라이첵(Richard Krajicek)과 미국의 말리바이 워싱턴(MaliVai Washington)이 맞붙었다. 3
▲ 얼굴에 미소를 띄고 상황을 즐기는 리하르트 크라이첵


당시 경기장에 뛰어든 여성은 여름방학 동안 윔블던 피자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멜리사 존슨(Melissa Johnson)이라는 23세의 학생이었다.

 

경기 전부터 동료 직원들에게 코트에 뛰어들 계획을 미리 귀띔한 멜리사는 원래는 드레스를 입을 예정이었지만 앞치마로 변경했고, 선수들이 등장하자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굳은 결심으로 경기장에 난입했다고 한다.

 

1996년 7월 7일 일요일, 14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리하르트 크라이첵(Richard Krajicek)과 미국의 말리바이 워싱턴(MaliVai Washington)이 맞붙었다. 5
▲ 행복해 보이는 멜리사 존슨

 

역사상 윔블던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것을 해낸 성취감이 든 것인지 만면에 미소를 띈 그녀는 즉각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들에게 체포되어 경찰서로 끌려갔다. 하지만 흉악한 범죄라기보다는 이 시기 윔블던을 덮친 악천후로 심신이 지친 선수와 관중들에게 재미를 준 덕분인지 기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결승전 해설을 맡은 테니스의 전설 존 매켄로(John Mcenroe)도 “모든 각도에서 다시 보여주세요!(replay from all angles)”를 외치는 등 난감한 상황에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물론 멜리사 본인은 피자매장에서 해고되었다.

 

1996년 7월 7일 일요일, 14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리하르트 크라이첵(Richard Krajicek)과 미국의 말리바이 워싱턴(MaliVai Washington)이 맞붙었다. 7
▲ 보안요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멜리사 존슨

 

대회 하이라이트를 빼앗겨버린 결승전 결과는 리하르트 크라이첵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윔블던을 제패한 네덜란드인이 되었다. 패배한 말리바이 워싱턴은 인터뷰에서 “저는 그 여성이 앞치마를 들어 올리면서 웃는 바람에 당황해서 얼른 3세트를 끝내고 자리를 뜬 겁니다.”라며 유머러스한 푸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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