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미국 ‘보스티안다리 열차추락사고’에 얽힌 괴담과 미담
1891년 8월 27일 오전 2시 30분경,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테이츠빌(Statesville) 근처에서 승객이 탑승한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7량의 차량이 높이 약 18m의 보스티안다리(Bostian Bridge) 아래로 추락해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다리 아래로 추락한 열차.
사고의 원인은 누군가 스크루 스파이크를 제거한 것 때문으로 밝혀졌고, 이후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범인은 잡지 못했으나 그로부터 6년 후인 1897년에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두 명의 남성이 다른 수감자들에게 범죄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다가 발각되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사고의 의문은 해소될 수 있었다.
(※스크루 스파이크: 열차가 운행하는 선로에서 금속재 레일과 목재 침목을 연결하는 데 사용하는 재료. 몸체가 나사 모양으로 만들어진 못이다)
▲ 처참하게 파손된 열차를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 멀리서 본 사고현장.
▲ 다리 주변에 남아있는 잔해.
▲ 사고 순간을 묘사한 그림.
그 이후 보스티안다리에서는 매년 사고날짜가 되면 ‘유령열차가 삐걱거리는 바퀴소리를 내며 승객의 비명소리와 함께 다리를 지나간다‘는 괴담이 떠돌고 있다.
현재도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유령사냥꾼‘들을 비롯해, 이를 구경하는 군중을 대상으로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팔기 위한 장사꾼들이 8월 27일이 되면 보스티안다리로 모이고 있다.
▲ 보스티안다리의 현재 모습.
그러다 2010년 8월 27일, 이 괴담과 관련된 또 다른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119주년을 맞아 유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유령사냥꾼 10여 명 정도가 자정을 3시간 앞두고 90m 길이의 보스티안다리 중간을 걷고 있던 중, 놀랍게도 정말로 열차가 나타난 것이다.
▲ 상공에서 본 보스티안다리.
그런데 사실 이 열차는 문제의 유령열차가 아니라 현재도 이곳을 운행 중인 노퍽서던(Norfolk Southern) 소속의 화물열차였다. 그제야 환영이 아닌 ‘진짜 열차’임을 감지한 유령사냥꾼들은 혼비백산해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시속 50~60km로 달리던 화물열차도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를 시도했다.
▲ 현재도 운행 중인 편도 화물열차.
도망치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45m 정도를 필사적으로 달려 다리 밖으로 무사히 탈출했으나, 샬롯 출신의 크리스토퍼 카이저(Christopher Kaiser, 29)라는 남성은 여자친구와 함께 달리다가 결국 “사랑한다!”는 외침과 함께 그녀를 밀쳐내고 본인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충돌 직전, 카이저에 의해 레일 밖으로 밀려난 연인은 가벼운 부상만을 입고 살아난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후 현지 보안관 대런 캠벨(Darren Campbell)은 “유령괴담과 관련한 이야기를 저도 듣긴 했지만 실제로 유령을 보거나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난 적은 없습니다.“라고 하며 헛소문에 이끌린 사고임을 단언했다.
▲ 크리스토퍼 카이저.
한편 보스티안다리 열차사고와 관련해 괴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역 병원의 병실이 모자라자, 현지 주민들이 자신들의 집을 개방하고 필요할 때까지 부상자와 승객들을 머물게 해준 따뜻한 미담도 존재하고 있다.
당시 생존한 승객 중 한 명인 베네한 카메론(Bennehan Cameron)은 주민들의 친절에 감동해 현지의 트리니티 성공회 교회(Holy Trinity Anglican Church)에 감사의 마음으로 기념창문을 기증하였고, 그 창문이 오늘날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 생존자가 감사의 의미로 기증한 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