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103) 약속을 어긴 덕분에 9.11 테러를 피한 남자
2001년 9월 10일, 캐나다 위니펙(Winnipeg) 출신의 에반 쿠즈(Evan Kuz)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그는 여행 도중에 우연히 친구가 된 ‘카밀라(Kamila)’라는 동유럽 출신의 여성과 그날 저녁 뉴욕을 대표하는 명소인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남쪽 타워의 전망대 ‘탑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를 찾았다.
▲ 세계무역센터 전망대에 선 에반 쿠즈
하지만 세계무역센터는 기대했던 명성과 달리 실망스러웠다. 그날따라 폭풍우 때문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비가 내리는 통에 경치가 좋지 않았던 것.
결국 에반은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다음날 오전 8시 30분에 카밀라와 세계무역센터 입구에서 만나 함께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 2001년 9월 10일, 폭풍우로 흐린 뉴욕 풍경
그런데 9월 11일 아침, 뉴저지에서 만난 친구가 조깅을 하자는 통에 에반 쿠즈는 카밀라와의 약속을 어기고 운동을 나섰다.
그는 조깅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참사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위니펙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걸려온 다급한 전화를 받고서야 9.11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타워는 8시 46분, 남쪽 타워는 9시 3분에 자살공격을 받았다)
▲ 당시 세계무역센터 입장 티켓. 그는 전망대의 마지막 방문객이 되었다.
약속을 어긴 덕분에 참사를 피한 에반 쿠즈. 그와 만나기로 한 썸녀 카밀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천만다행으로 그녀 역시 늦잠을 자느라 데이트 장소에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아주 매력적이거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이 이 경우에는 다행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