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25) 마이클 조던과 한국인 택시기사의 우정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가난한 신인이었던 시절에 급하게 경기장에 가야 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1


우연히 유튜브에서 위의 썸네일을 보게 되었다. 이것저것 관련 없는 내용들이 나오다가 본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가난한 신인이었던 시절에 급하게 경기장에 가야 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나중에 성공하면 택시비를 줄 테니 일단 무료로 태워달라‘라고 하였는데, 다들 매몰차게 거절하는 와중에 한 한국인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기사가 바로 재미교포 ‘박상복‘이었다는 것이다.


조던의 팬이라면 단번에 이 이야기가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알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출신으로 NCAA의 전국구 스타플레이어였고, 1984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NBA 데뷔 시즌인 1984-85 시즌의 연봉도 55만 달러(2024년 현재가치로 165만 달러)였다.

 

물론 슈퍼스타들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택시비를 지불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며, 불스 구단이 1라운드 3순위에 뽑은 유망주를 경기장에 올 돈도 없이 방치할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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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원 속의 아저씨는 누구인가


어쨌든 이 이야기의 출처를 찾아보니 1992년 6월 5일자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이 처음으로 다루었고, 1999년에 ‘ESPN 시카고‘에 올라온 아래의 칼럼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 오헤어 국제공항(O’Hare International Airport)

 

1984년 9월 말, 리무진 서비스업을 하던 쾰러는 오헤어 공항에서 호객용 표지판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미 착륙했는데도 아무도 그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쾰러는 “차를 세워놓고 45분이나 기다렸습니다. 주차비만 날리고 있었죠”라고 회상했다.

 

“급기야 조종사들이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저는 혹시 남은 승객이 있는지 물었어요. 그러자 남은 한 명이 곧 내릴 거라고 하더군요” 

 

“몇 분 더 기다리자 터널을 따라 조던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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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헤어 국제공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힌 그 21세의 마른 청년(조던)은 승무원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뒤늦게 나온 것이었다.
당시 29살이었던 쾰러는 시카고 불스의 팬이었다.

 

“저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았기 때문에 흥분했고, ‘세상에 래리 조던이잖아’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래리 조던이라는 친구와 4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어울렸는데, 그 이름이 제 머릿속에 박혀있었거든요.”

 

그래서 쾰러는 무심코 마이클 조던을 “래리 조던“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조던은 그를 돌아보며 “당신이 어떻게 제 형을 알죠?“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마이클 조던 친형의 이름이 래리 조던이었는데, 쾰러의 친구 래리 조던과는 상관없는 동명이인이었다.

 

우연치고는 신기한 사연을 듣게 된 조던은 인사를 나눈 후 쾰러에게 택시를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고, 쾰러는 “리무진을 끌고 왔는데 주차비만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5달러만 주시면 어디든지 모실게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조던을 태운 쾰러는 그가 어딘지 불안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백미러로 보니 어린아이처럼 웅크리고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어요”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조던이 일전에 스트레치 리무진을 타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시카고에 지인이 없었고 저는 낯선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자기를 위험한 곳에 내려놓을 수도 있을테니 아무 차나 탄 걸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쾰러는 조던을 불스의 연습장인 엔젤 가디언 짐(Angel Guardian gym)에서 멀지 않은 숙소 *하얏트 링컨우드 하우스(Hyatt Lincolnwood House)에 내려주었다.

*2020년에 철거된 퍼플 호텔(Purple Hotel)이다.


조던은 50달러를 주며 거스름돈을 팁으로 주었고, 쾰러는 그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만약에 묵을 곳을 찾거나 레스토랑이나 맥주 한잔 할 장소를 찾는다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아 그리고 금메달 딴 것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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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마이클 조던과 조지 쾰러


그리고 2주 후 쾰러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조지, 마이 보이“라고 하더군요.

 

“누구세요?”

‘MJ”

“MJ가 누군지 모릅니다”

“아냐 당신은 알꺼라고”

“말장난 하고 싶지 않아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멍청아 마이클 조던이라고!”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던이 전화를 건 이유는 부모님이 자신의 첫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쾰러에게 공항에 데리러 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해졌고, 쾰러는 시즌 내내 오헤어 공항으로 조던을 마중 나갔다. 그리고 조던이 거주하던 노스브룩(Northbrook)의 집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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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조던과 조지 쾰러(오른쪽)가 함께 촬영한 사진


“우리는 그런 식으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저는 더 이상 그를 위해 리무진을 운전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저는 조던을 통해 지금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조던의 삶에 관한 책을 쓴다면 그것 역시 제 인생일 겁니다. 단지 표지에 조던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죠.”

 

“당신이 운명을 믿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히 믿습니다. 그날 조던이 다가오기 전에 다른 고객이 먼저 나타났다면 제 인생이 달라졌을 테니까요.”

 

필자가 조던에게 이 스토리를 들려주자 그는 좋아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지는 시카고에서 제가 처음 만난 사람입니다. 그는 저를 차에 태워주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태워주었죠”

– 멜리사 아이작슨(Melissa Isaacson)

 

칼럼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이클 조던이 차량을 얻어 탄 사람과 인연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난데없는 한국인 택시기사를 넣어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후 이 내용은 누군가에 의해 한국 인터넷에 ‘재미교포 택시기사가 조던에게 큰 호의를 베푼 것‘으로 변형되었고, 공영방송인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도 사실 확인없이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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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에 게시된 전형적인 ‘카더라’ 게시물


물론 이 내용이 가짜임을 알아 챈 사람들이 그때마다 지적하고 나섰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서두에 나온 유튜브 영상처럼 조회수 100만회를 찍고 댓글로 찬사를 받으며 여전히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가짜뉴스를 사실로 바로잡는 것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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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인 내용을 인용해 쓰여진 기사


한편 최근까지도 조지 쾰러
는 마이클 조던 관련 영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5월 10일, EPSN 다큐멘터리에 ‘개인 비서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한 그는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조던이 저를 시카고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한 것은 당연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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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쾰러(George Koehler)


또 “세상에는 조던과 잠깐이라도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조던의 개인비서라고 하든 심부름꾼이라고 하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라며 남들의 시선이 어떻든 조던과의 기적 같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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