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에 등장한 탱크
1989년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3편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에는 1938년을 배경으로 성배를 찾는 나치 독일의 원정대에게 가상의 국가 하타이(Hatay)의 술탄(Sultan)이 탱크를 지원해 주는 장면이 나온다.
▲ 오늘날 하타이는 터키의 지방이지만 영화의 배경시점인 1938년에는 자치주로 존재하였으며 1939년에 터키와 통일하였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작자 조지 루카스는 이 탱크가 스타워즈에나 나올법한 기묘한 형태가 아닌, 현실적인 모습으로 구현되기를 원했다.
그런 이유에서 탱크 장면은 시리즈 2편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의 특수효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조지 깁스(George Gibbs)가 맡았다.
▲ 탱크의 등장 장면. 인디아나 존스 탱크(The Indiana Jones Tank), 최후의 성전 탱크(The Last Crusade Tank), 하타이 중전차(Hatay Heavy Tank) 등으로 불린다.
깁스는 처음에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전시 중인 탱크를 임대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선 그는 영국 보빙톤 탱크 박물관(Bovington Tank Museum)을 방문하여 마크 8(Mark VIII) 탱크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하지만 마크 8을 그대로 복제해서 쓴 것은 아니었다.
▲ 인디아나 존스 탱크의 초기 스케치
섀시와 트랙은 25톤 굴착기 HYMAC 590의 것을 사용하기로 하였고, 상단에는 위압감을 주기 위해 포탑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처칠 MK 3(Churchill Mk.III) 중전차의 포탑을 약간 작게 변형시킨 것이었다.
또한 동력원으로는 2개의 랜드로버 레인지 로버 V8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굴착기의 모터도 추가되어 전력을 공급했다.
▲ 마크 8 탱크(좌)와 인디아나 존스 탱크(우) 비교. 인디아나 존스 탱크는 간격이 큰 군용 트랙이 아닌 산업용 굴착기의 트랙을 달고 있다.
여러 가지가 조합된 결과물은 길이가 11m, 무게는 25톤에 달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탱크 상단의 격투 장면을 위한 모델과, 탱크의 장거리 사격 및 파괴되는 장면을 위한 미니어처 모델도 따로 제작되었다.
▲ 격투 장면을 위해 제작된 탱크. 알루미늄 재질로 트레일러에 장착되어 촬영되었으며 무게는 7.2톤이었다.
조지 깁스의 팀이 이 가상의 탱크를 완성하는 데는 4개월이 걸렸고, 완성된 인디아나 존스 탱크는 화물기를 타고 촬영지인 스페인 알메리아(Almería)로 날아갔다.
▲ 쇼트 벨파스트(Short Belfast) 중화물 항공기에 실려 스페인으로 공수된 인디아나 존스 탱크
인디아나 존스 탱크는 깁스의 판단에 따라 강철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촬영지의 거친 지형에서 플라스틱이나 나무는 온전히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강철은 외관의 미적인 효과를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혹시나 촬영 중 부서지더라도 쉽게 용접이 가능한 재질이기도 하였다.
▲ 인디아나 존스 탱크의 미니어처 모델. 깁스의 제초기 엔진을 장착하였으며 원격조종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길이 1.83m, 높이 60cm)
실제로 탱크는 산의 능선을 따라 달리고 단단하고 바위가 많은 지형을 오가는 10일의 촬영 기간 동안 두 차례의 기관고장 외에 외관은 전혀 손상되지 않음으로써 깁스의 혜안이 증명되었다.
▲ 절벽에서 추락하는 인디아나 존스 탱크. 미니어처 모델이 이 장면에 사용되었다.
총 10분 분량의 인디아나 존스 탱크 장면을 촬영하는데 비용은 하루 20만 달러가 소요되었지만, 강철 소재가 아니었더라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 스페인 알메리아의 타베르나스 사막(Tabernas Desert)에서 진행된 촬영
탱크 운전은 스턴트맨 브라이언 린스(Brian Lins)가 맡았다. 차량 내부에는 산업용 선풍기 10개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마치 오븐에 들어간 것처럼 뜨거웠고 서스펜션이 없었기 때문에 린스는 운전을 마치고 나면 물 한 잔을 마시기도 힘들 정도로 손을 떨었다고 한다.
▲ 알메리아의 촬영 현장에서 포즈를 취한 조지 루카스와 조지 깁스(George Gibbs, 1937~2020)
이처럼 장인들의 심혈을 기울인 제작과 뒷이야기가 담긴 모델이지만 시리즈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인디아나 존스 탱크는 촬영 종료 후 즉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실제 존재했던 탱크가 아니기 때문에 군사박물관에 갈 수도 없었다.
탱크는 오랫동안 버려진 영화 소품으로 가득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본야드(Boneyard)’에 방치되고 있었다.
▲ 녹슨 채로 방치되고 있던 인디아나 존스 탱크
보통 이 정도로 덩치가 큰 소품은 큰 의미에도 불구하고 폐기되기 마련이지만, 다행히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월드(Walt Disney World)에 있는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Disney’s Hollywood Studios)의 공연장인 ‘인디아나 존스 에픽 스턴트 스펙타클(Indiana Jones Epic Stunt Spectacular)’ 입구로 옮겨져서 일반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심하게 녹슬고 망가진 채로 전시되어서 관객들 입장에서는 고물 탱크에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2015년 경에 완벽하게 정비한 다음 도색까지 원래대로 복원하면서 방문객들은 영화 속 탱크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 완벽하게 복원된 인디아나 존스 탱크의 현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