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베니스 수상 콘서트’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1987년에 발매한 ‘A Momentary Lapse of Reason’앨범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크고 작은 규모의 콘서트를 열던 중,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니스(Venice, 베네치아) 현대화를 꿈꾸던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콘서트 제안을 받았다.
▲ ‘A Momentary Lapse of Reason’ 앨범 커버
핑크 플로이드 공연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베니스 시민들의 의견은 양분되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환영했지만, 나이 든 베니스 시민들은 고대의 유적들이 파괴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역사적인 도시, 베니스
결국 공연이 열리기 불과 3일 전, 베니스 시의 문화유산감독관이 콘서트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국이 내놓은 거부 사유는, “핑크 플로이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이 오래된 건축물과 명화를 손상시킬 진동을 야기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시일이 촉박한 콘서트 주최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협상에 나선 양측은 콘서트장의 소음 제한을 100데시벨(dB)에서 60데시벨로 낮추는데 합의하였다. 게다가 콘서트 무대를 산마르코 광장(St. Mark’s Square)이 아닌 200m 떨어진 바다 위, 즉 수상무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 공연을 준비하는 수상 무대에서 본 베니스
현재 볼 수 있는 베니스 수상 콘서트의 아름다운 사진은 이처럼 찬반으로 엇갈린 지루한 갈등이 낳은 것이다.
▲ 핑크 플로이드 베니스 수상 콘서트 무대 전경
1989년 7월 15일, 핑크 플로이드의 역사적인 콘서트는 20만 명 이상의 이탈리아인들이 운집한 가운데 무료로 진행되었고 전 세계 20개국 이상으로 공연 실황이 송출되었다.
▲ 야간의 베니스 수상 무대
수많은 베니스 시민들이 배를 타고 수상무대 주변을 가득 메웠으며, 산마르코 광장은 물론 인접한 레온치니 소광장(Piazzetta dei Leoncini)과 리바델리스키아보니(Riva Degli Schiavoni) 산책로도 인파로 가득 찼다.
▲ 무대가 보이는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당시 콘서트를 직접 본 관람객들은 ‘이날의 공연이 평생 동안 경험했던 중 최고의 무대‘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일반 시민들도 ‘그것은 젊음의 표현이었고 베니스에서 경험했던 최고의 추억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니스의 환경미화원들과 거리의 상점들에게는 콘서트 전후의 며칠간은 지옥과도 같았다.
▲ 폐허가 된 베니스 거리
수많은 인파를 몰려올 것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는 오판을 했고, 결국 산마르코 광장의 곳곳이 공중화장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아니라 광장 곳곳은 300톤이 넘는 쓰레기로 가득 찼고, 이들을 원상복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