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110) 1918년, 미국 백악관 잔디밭의 양떼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18년 봄, 햄프셔 종(Hampshire Down) 양 20마리가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풀을 뜯고 있다.
대관령도 아니고 대통령의 관저에 어울리지 않는 양들의 존재는 아마도 축산업을 권장하는 캠페인의 일환이 아닐까 싶지만, 사실 이는 전시에 행해진 정치적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 새끼 양을 보살피는 백악관 관계자들
이 시기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1856~1924)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잔디를 관리하는 인력도 줄이면서 동시에 전쟁 중 매우 수요가 많은 품목이었던 양모를 경매에 출품하기 위해 메릴랜드 주에 있는 벨레어 농장(Belair Farm)에서 양 16마리(암컷 12마리, 수컷 4마리)를 구입했다.
3차례의 여름이 지나면서 양들의 숫자는 48마리로 불어났으며, 양모는 ‘백악관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다. 이를 통해 전쟁기금 52,000달러를 모금할 수 있었으며, 수익금 전액은 미국 적십자사에 기부되었다.
▲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전시에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거나 ‘밀가루 없는 월요일’, ‘육류 없는 화요일’등을 실천했다.
수년간 맡은 바 임무를 다한 양들은 전쟁이 끝나자 농장으로 돌아갔으며, 이후에도 윌슨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양털을 제공하면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 백악관 측면을 배경으로 풀을 뜯는 양떼
그리고 100년의 시간이 흐른 2018년, 당시 경매에서 양모를 낙찰받았던 사람의 딸이 금고에 고이 보관하고 있던 양모를 가져와 우드로 윌슨 대통령 도서관 및 박물관(Woodrow Wilson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에 기증하며 한 세기 만에 다시 당시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양털을 기부하는 주디스 도나코브스키(Judith Donakowski). 그녀의 부친 JP 브런슈와일러(JP Brunschwyler)는 100년 전 양털을 낙찰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