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서울 종로2가 사거리 풍경
1975년 여름, 서울 종로2가 사거리의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 지금은 볼 수 없는 회전식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고, 여름답게 교복 하복을 입은 여학생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눈에 띄지만 남자들은 모두 긴 바지를 입고 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당시 남성 반바지가 금지가 아니었음에도 남성들의 보수적인 옷차림은 한적한 동네가 아닌 학원과 사무실이 몰려있는 번화가임을 알려주고 있다.
▲ 서울 시내의 쓰레기통
시민들이 서 있는 뒤편으로 ‘내외(內外)샤쓰‘ 종로2가 영업부의 노란색 간판이 보인다. 내외샤쓰는 1970년대 중반까지 세계 15개국에 수출하고 전국 300개 이상의 체인점을 두며 인기를 끌었고, 사진이 촬영된 1년 후인 1976년 6월에 부산제복(釜山制服)과 합병하며 사세를 키웠다.
이후 상호를 ‘주식회사 내외(內外)’로 바꾸었고, 또다시 ‘내외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꾼 후 사업확장에 따른 무리한 영업을 하다가 1995년 10월에 부도를 내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주)내외인터내셔널 신문광고 (1994년)
사진 왼쪽으로는 삼화고속(三和高速) 터미널과 삼양(三陽)타이어 광고판, 경영빌딩이 보이고 있다.
▲ 버스 30대가 운행했던 삼화고속 종로터미널
서울-인천을 운행하던 삼화고속 종로터미널은 200평 정도의 협소한 면적으로 도심의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었고, 불과 20평의 비좁은 대합실에는 소매치기와 암표상이 들끓었다. 결국 서울시는 1977년 3월 1일부로 삼화고속 종로터미널을 ‘서울역 앞 한진고속터미널과 통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폐쇄하였다.
▲ 신호가 바뀌자 건너가는 시민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차량에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인다. 자전거로 얼음을 나르는 제빙회사의 배달원들도 지금은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대형 광고판의 주인공 삼양타이어는 1960년에 설립한 타이어 업계의 후발주자였으나, 1975년에 한국 최초로 항공기 타이어를 개발하며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1978년에는 사명을 ‘금호(錦湖)타이어’로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75년의 사진 속 종로2가 사거리 풍경에서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건물은 경영빌딩이다. 당시 도시계획에 따른 고층화의 상징 중 하나였던 이곳은 이제는 흔한 상업용 건물이 되었으며, 삼화고속터미널자리에 들어선 종로빌딩 때문에 측면에 크게 적혀있던 이름도 가려진 모습이다.
▲ 같은 위치에서 본 현재의 모습(2024년 4월). 다이소 종로본점이 입주한 종로빌딩 옆에 있는 연노란색 건물이 경영빌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