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116) 1973년, 이란에서 발견된 ‘2800년 전의 키스’
1973년, 미국 고고학연구소의 회장 로버트 다이슨(Robert H. Dyson, 1927~2020)이 이끄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인류학 연구팀이 이란 내 서부 아제르바이잔 지역의 가장 큰 고고학적 유적지인 테페 하산루(Teppe Hasanlu)에서 ‘특이한’ 인간 유골 한 쌍을 발견했다.
▲ 상공에서 본 테페 하산루(Teppe Hasanlu) 유적지
유골의 매장 시기는 기원전 800년경으로 지금으로부터 2800여 년 전이었고, 이들에게는 ‘하산루의 연인(Hasanlu Lovers)’ 또는 ‘2800년 전의 키스‘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다. 한 쌍의 해골들은 나란히 껴안고 있었고, 왼쪽의 해골은 오른손을 뻗어 마치 키스를 하려는 듯 애틋하게 옆 사람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있는 자세였기 때문이다.
▲ 유적 발굴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테페 하산루의 성채가 누군가에게 파괴되는 끔찍한 공격을 받는 가운데, 쓰레기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에 피신했다가 발각을 면한 것으로 추정된다. 2구의 해골 모두 부상의 흔적은 없기 때문에, 사망원인은 상처보다는 화재 또는 쓰레기의 무게로 인한 질식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현장에서 246구의 다양한 연령대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며 학살의 흔적이 역력했다.
발굴 이후 치과검진을 통해 오른쪽 해골은 19~22세 이하였고, 어린 나이로 인해 성별 구분이 쉽지 않았으나 골반뼈를 분석한 결과 확실한 남성으로 밝혀졌다.
왼쪽 해골은 30~35세 정도의 성인으로, 최초 발견 당시에는 여성으로 보였기에 성별이 다른 연인으로 추정되었으나 두개골과 골반의 특징으로 볼 때 여성이 아닌 ‘마른 남성‘에 가까웠고 DNA 검사 결과 확실히 같은 성별인 남성으로 드러났다.
▲ 유골의 성별이 남성임을 설명하는 연구원
둘 다 남성인 만큼 아마도 가족이거나 친척, 혹은 친구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낮은 확률로 시대를 앞서간 동성 연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을 앞두고 정신이 들도록 상대의 얼굴을 흔든 것인지 정말로 키스를 하려고 한 것인지 이들의 정확한 사연은 수천 년의 세월에 묻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옆에 있는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지막 순간은 여전히 강렬한 사랑의 모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