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119) 1950년대, 위성 모형을 든 핀업 걸(Pin-up Girl)

1950년대, 이름을 알 수 없는 핀업 걸(Pin-up Girl)이 인공위성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젊은 군인들의 ‘연인’으로 함께 했던 핀업 걸들은 이들이 전역한 후에도 195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사진 속 모델이 손에 든 인공위성은 소련이 발사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Спутник-1)를 꼭 닮아있다. 현재는 둘 다 1950년대의 문화와 정치를 상징하는 유물로 기억되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브루노 버나드(Bruno Bernard)는 할리우드의 슈퍼스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유명해지기 전인 1947년에 그녀의 핀업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한 인물로 유명하다.

 

▲ 브루노 버나드(Bruno Bernard, 1912~1987)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

버나드는 핀업 걸을 촬영한 여파로 1950년대 초에는 외설 혐의로 기소되기도 하였는데, 당시 그의 변호사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1890~1969) 미국 대통령이 장군이었던 시절에 보낸 편지를 법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편지에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처럼 당대에는 외설적인 사진작가라는 논란에도 휘말렸으나, 버나드가 영화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서 촬영한 ‘백색의 마릴린(Marilyn in White)’은 뉴욕현대미술관에 의해 세기의 상징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사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 영화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서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가 바람에 날리는 장면

이날 촬영된 수많은 사진 중에서도 위의 사진이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로 널리 퍼져나갔으며, 2021년 5월에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아트뮤지엄(Palm Springs Art Museum) 입구에 사진을 그대로 재현한 8m 높이의 마릴린 먼로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 팜스프링스 아트뮤지엄(Palm Springs Art Museum) 의 마릴린 먼로 동상. 박물관에 설치하기에는 ‘외설적’이라는 논란도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