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독립신문이 기록한 세계의 정세
▲ 【1899.01.17. 독립신문 / 서재필 】
● 영국:
영국은 작년 세말(歲末)에 청국에서는 러시아와 갈등이 있을 듯했고, 북아메리카에서는 프랑스와의 갈등으로 철갑 함대를 훈련하며 육군을 예비하여 불우지변(不虞之變)을 방비하더니 다행히 각국과 담판을 지어 간과(干戈·전쟁)의 살기를 거두고 옥백(玉魄·아름다운)의 평화를 보존하였다.
현 상태로 보면 천하에 벌여놓은 영국의 판도(版圖)가 태평하며 이 기회를 타서 중원(청나라)에서 사심을 다투는데, 전심치지(專心致志·여기에 몰두한다는 뜻)하여 홍콩(香港)과 웨이하이(威海)에서 청나라 사람을 모집하고 군대를 조직해 유사시 남에게 뒤지지 아니할 경영은 심원(深遠)하고 굉장하도다.
● 러시아:
러시아는 여러 백 년에 걸쳐 얼지 않는 항구를 구하다가 천만의외로 총 한방 쏘지 않고 사람 하나 상하지 않고 일청교전(청일전쟁)의 덕으로 동양에 굴지하는 항구인 여순구(旅順口), 대련만(大連灣) 등지를 점령하였다.
또한 청나라 정부 안에 큰 권력이 있어서 일이 마음대로 되게 만들어놓고 지금 와서는 시베리아 철도 성공하기만 종용히(차분하게) 기다리고 한편 동방으로 해륙정병(海陸精兵)을 쉬지 않고 훈련하여 광대한 계책을 정밀히 예비하여 유사시(德國有事) 동북아시아 강산을 수중에 농락하고자 하니 러시아 세력의 앞날의 번창함을 누가 능히 헤아리리오.
● 프랑스:
프랑스(法國)는 러시아와 동맹하여 형세를 튼튼히 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동남에 식민지(殖民地)를 해마다 확장하며 조직하고 청나라 남부에 관심을 두고 프랑스의 화려한 개화와 용진하는 위력을 동방에 전파할 날을 기다리더라.
● 독일:
독일(德國)은 유럽(歐羅巴)에서 제일가는 육군을 가지고, 또 학문이 세계에서 거벽이라 국태민안(國泰民安)하며 무역을 확장하여 제조물(製造物)을 널리 팔고 남는 인구를 식민하고자 하여 소아시아(小亞細亞)와 아프리카와 청국 등지에 속지를 설시하여 동방에 일이 있으면 영국, 일본, 미국과 동맹한다는 말이 있더라.
● 미국:
미국은 개국 후 백 년간 내치만 주장하여 속지를 탐하지 않고 무역과 제조를 숭상하고 전쟁에 힘쓰지 않더니 작년부터 스페인과 싸워서 동쪽으로는 포아국(葡牙國·포르투갈)과 여송 군도(필리핀 루손 군도)를 병탄하고 서쪽으로는 쿠바와 푸에르토리코 등 섬을 점령하여 이전에는 동서양 전화(戰和)에 큰 관계가 없더니 이제부터는 세계 정치에 대권리를 잡고 앉았다.
미국같이 부강한 나라가 속지 정약(訂約)을 시작하고 보면 미구에(얼마 오래가지 않아) 사기(史記)와 지도가 변할 일이 많이 생기려니와 영국과 미국은 인종도 같고 글도 같은즉 두 나라가 공수(攻守) 동맹하면 그 세력은 실로 당할 자가 없겠다더라.
● 일본:
일본은 동양의 작은 나라로서 상하가 합심하여 30년 열심히 태서(서양) 개화를 기단취장(장점은 취하고 단점을 버림)하여, 강국이 되어 청나라를 타파한 뒤 대만을 점령하고 각국과 조약을 개정하여 금년부터는 외교와 내치 등 대소 권리가 구미 각국과 동등하게 되어 한치도 남에게 빠지지 않는 일등국이 되었으니 그 영광과 명예는 흠탄하여 마지못할 일이로다.
● 대한제국:
대한은 금년계획이 어떠한지 정부가 하는 일을 알 수는 없으나 마구 규칙이며 신문 규칙을 까다롭게 하여 아무쪼록 백성의 자유를 억제한다는 말도 있고, 밤낮 사방에 별교나 늘려 세워서 사람을 잡는다 하여 인심이 의구(疑懼)하게 하며, 상소며 고변(告變)이며 익명서며 재판이며 사직으로 세월만 허비할 동안에 도적은 왕성하고, 국재는 탕갈(蕩竭)하고 외국으로부터의 수모는 첩첩이 자취하고 내정은 나날이 소요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와 같이 큰 사업은 생각도 못하려니와 쓸데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여 이 화려한 대한천지의 위태함이 조석(朝夕)에 있게 함은 과연 통곡할 일이건만 말하여 무엇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