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소련 최초의 보그 모델 ‘갈리나 밀롭스카야(Galina Milovskaya)’

갈리나 밀롭스카야(Galina Milovskaya)는 1969년, 소련 최초로 미국판 보그(Vogue US) 잡지에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모델이다.

 

▲ 갈리나 밀롭스카야(Галины Миловской / Galina Milovskaya, 1946~ )

슈킨연극대학교(Boris Shchukin Theatre Institute)에 재학 중이던 21세의 갈리나 밀롭스카야는 올유니온 패션모델하우스(All-Union House of Fashion Models)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깡마른 체격(170cm, 42kg)으로 인해 소련의 전통적인 미적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했지만, 서구패션계의 기준에서는 타고난 모델이었던 갈리나는 1967년 모스크바 국제패션쇼 무대에 설 수 있었고, 다른 소련모델들과 대비되는 활기와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결국 이때의 눈도장으로 미국판 보그(Vogue US)에 캐스팅된 것이었다.

 

하지만 무려 2년이 걸려서야 소련 당국의 허가가 떨어졌고,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아르노 드로네(Arnaud de Rosnay, 1946~1984)가 촬영을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아래는 1969년 모스크바의 명소에서 촬영된 소련 최초의 보그 화보이다.

 

▲ 붉은 광장 중심부의 크렘린 앞에서 갈리나 밀롭스카야가 Joan Cavanaugh 바지와 Golo의 검은색 부츠, Doro의 흰색 스카프, Trifari 목걸이와 Sandor Goldberger 반지를 착용하고 다리를 벌린 포즈를 하고 있다.


▲ 모스크바의 야경을 배경으로 화려한 패턴의 튜닉 스타일 드레스를 착용한 갈리나 밀롭스카야


▲ 모스크바 강둑에서 포즈를 취하는 갈리나 밀롭스카야


▲ 모스크바 소콜니키 공원(Sokolniki Park)의 갈리나 밀롭스카야


▲ Sally Gee 스카프를 두른 갈리나 밀롭스카야


▲ 소콜니키 공원(Sokolniki Park)의 호수 근처에 누워있는 갈리나 밀롭스카야


▲ 소콜니키 공원(Sokolniki Park) 벤치에 앉아있는 갈리나 밀롭스카야. 당시 계약된 모델료는 모두 소련의 재무부로 들어갔다.


▲ 소콜니키 공원(Sokolniki Park) 인근 도로에서 포즈를 취한 갈리나 밀롭스카야

▲ 모피코트를 입고 우주정복자 기념비(Monument to the Conquerors of Space) 옆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 우주정복자 기념비 옆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 우주정복자 기념비 옆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 우주정복자 기념비 옆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 우주정복자 기념비(Monument to the Conquerors of Space) 근처에서 흰색 패턴이 그려진 빨간색 토키털 망토에 빨간 바지와 빨간 부츠를 맞춰입은 갈리나 밀롭스카야


▲ 승용차에 탑승한 갈리나 밀롭스카야


▲ 국민경제 성과 전람회장(VDNKh) 내에 전시된 Vostok-K(8K72K) 로켓 앞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 오래된 목조 전통가옥 앞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 레닌 언덕(Ленинские горы)의 잔디밭에 누워있는 갈리나 밀롭스카야


▲ 레닌 언덕(Ленинские горы)의 잔디밭에서 무릎을 꿇고 포즈를 취하는 갈리나 밀롭스카야


▲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거대한 레닌 포스터 앞에 선 갈리나 밀롭스카야. 최고지도자를 등지고 섰다는 이유로 그녀는 고위층의 질책을 들어야 했다.

 

이때 촬영한 보그 잡지는 소련에서 판매되지 않았지만, 갈리나 밀롭스카야의 화보는 도덕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크렘린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포즈와 레닌의 초상화를 등진 모습은 고위층들의 시각에서는 죄악시되었고, 결국 해외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슈킨연극대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직장에서도 정직을 당했다.

 

▲  갈리나 밀롭스카야

하지만 성공한 변호사였던 남편 덕분에 갈리나 밀롭스카야는 큰돈을 벌 수 없었던 모델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는데, 몇 년 후 이탈리아 잡지의 화보촬영에 응한 것이 큰 문제가 된다. 화보에는 노출이 심한 장면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잡지 측에서 소련에서 금지된 시인 알렉산드르 트바르도브스키(Aleksandr Tvardovsky)의 문구를 적어 넣은 것이다.

 

결국 KGB에 소환되기까지 하며 소련에서는 더 이상 모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갈리나 밀롭스카야는 이스라엘에 거주하던 그녀의 아버지가 재혼을 한다는 핑계로 허가를 받아 1974년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때 곧 따라나서겠다던 남편이 5개월 후 의문의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포드 모델스(Ford Models)의 설립자인 엘린 포드(Eileen Ford)가 그녀의 후견자가 되는 등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유럽에 정착해 다양한 화보와 패션쇼에 등장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 1975년, 유럽에 정착한 이후 촬영한 보그 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에 ‘철의 장막’ 너머에서 온 이력 때문에 갈리나 밀롭스카야라는 모델에게는 늘 ‘패션계의 솔제니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정치적 상징으로 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