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말이 사라진다’, 20세기 초의 빗나간 예견
아래의 그림은 1910년경 프랑스에서 인쇄된 사진엽서로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달성될 미래를 예상한 ‘2000년(En L’An 2000)’이라는 시리즈 중의 한 장이다.
막이 열린 무대에는 익숙한 말 한 마리가 등장하고 있는데,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입을 벌리고 놀라고 있는 모습이다. 2000년의 사람들은 생전 이런 생명체를 처음 보고 있다는 뜻이다.
20세기 초에는 자동차가 점차 마차를 대체하며 도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도시의 운송을 책임지던 말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면 시골을 제외하면 말을 아예 볼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한 것.
하지만 현대인이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대는 오지 않았다. 오늘날 말들은 주요 교통수단으로써의 임무는 끝이 났지만 승마와 같은 스포츠로 여전히 자리 잡고 있고, 관광지의 마차나 기마경찰로도 명맥을 잇고 있다.
아래의 그림은 미국의 만화가 앨버트 레버링(Albert Levering, 1869~1929)이 1905년 라이프지에 기고한 것으로 ‘천 년 후의 미래‘를 예상한 것이다.
거리의 운송수단은 자동차로 완전히 대체된 가운데 길에는 작은 크기의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자리에 앉아있는 여성의 무릎에는 소형견 크기의 말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당시에는 산업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일부 동물들을 제외하면 야생동물들은 서식지의 급속한 파괴로 멸종될 것으로 예견하는 시각이 많았다.
앨버트 레버링이 예견한 천 년 후는 아직 10분의 1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인류문명이 동물을 등한시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인류는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밀렵이나 학대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작아지는 것만큼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왔다.
▲ 미니어처 호스(Miniature horse)
‘미니어처 호스(Miniature horse)’라고 불리는 개량된 말은 실제로 반려동물로 길러지거나 행사에 등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안내마‘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니어처 호스들은 수명이 개의 3~4배에 달하는 30~40년 정도를 살뿐만 아니라 훈련이 필요한 개들과 달리 차분하게 길을 안내하는 습성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 시각장애인 ‘안내마’
이와 같은 안내마들이 늘어난다면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앨버트 레버링이 예견한 그림처럼 큰 말보다 작은 말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날들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