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 상상한 미래의 옥외광고 홍수
현대 도시의 거리에서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휘황찬란한 옥외광고를 들 수 있다.
옥외광고의 역사는 아마도 인류문명과 함께 등장했겠지만, 지금과 같이 화려한 광고의 시대를 맞은 것은 19세기 후반경에 이르러서이다. 당시 점점 늘어나는 옥외광고에 대한 우려는 온통 광고로 도배된 미래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 1885년, 잡지 ‘퍽(Puck)’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에서 공수될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이 온갖 광고로 도배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이야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을 상징하는 신성한 랜드마크이기에 불쾌감을 주는 모습이지만, 1880년대에는 뉴욕항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망칠 것으로 보이는 인공구조물이었기에 광고판으로 마구 사용되는 것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 1893년, 라이프지(Life)는 미래의 하늘 풍경은 온갖 광고문구로 새겨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현대의 옥외광고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늘 들여다보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온갖 개인맞춤형 광고가 뜨는 것으로 실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 1891년, 라이프지(Life)에서 묘사한 미래의 미국은 한적해 보이는 오솔길마저도 옥외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의자, 요트, 집, 술병, 스타킹등 온갖 제품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광고간판이 길가를 잠식하고 있고 심지어 산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을 정도.
삽화가는 늘어나는 옥외광고에 대한 걱정을 풍자했지만 광고효율을 생각해보면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비포장길에 저렇게 광고비를 투자한다는 것은 과도한 걱정이었다.
▲ 1904년, 라이프지(Life)는 비누, 신발, 시가, 모자, 남성복 등의 모양으로 만든 풍선을 단 비행기들이 하늘을 잠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그림이 그려지기 1년 전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세계최초의 비행에 성공하면서 이는 곧 다가올 미래로 여겨졌다.
▲ 20세기 초, 자동차는 마차를 대신하는 것을 넘어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이에 1917년, 라이프지(Life)는 자동차 탑승자들이 옥외광고를 지나치지 않고 볼 수 있게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림은 엄청난 광고판 크기로 인해 도로가 완전히 가려진 것을 묘사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높은 사다리 위로 올라가야 하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 뉴욕 타임스스퀘어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3D 옥외광고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실제와는 좀 다르지만 ‘옥외광고가 미래도시 풍경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 자체는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도시는 옥외광고물의 설치 규격을 정해두고 있다. 또한 전용주거지나 산림보호구역, 병원, 녹지, 동상, 문화재 보호구역 등에는 광고물 표시를 엄격히 막고 있어서 100년 전 사람들의 우려처럼 막 나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