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오일쇼크 당시 네덜란드 고속도로에 등장한 마차
1973년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지속된 욤키푸르 전쟁은 전 세계에 1차 오일쇼크를 가져다주었다. 당시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아랍세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적대국인 서방국가와의 석유무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어난 사태였다.
이에 미국에서는 휘발유 한 방울이 아쉬워지며 대형차량들을 포기하는 가정들도 속출했으며, 프랑스가 원자력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도 오일쇼크가 계기가 되었다.
– 관련 글: 오일쇼크가 일으킨 일본의 ‘화장지 사재기’
네덜란드 역시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면서 오일쇼크를 직격으로 맞았고, 급기야 다음 해인 1974년 1월 7일부터는 석유배급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또 1973년 11월 4일부터 배급제를 실시하기 직전인 1974년 1월 6일까지 일요일은 전 국민의 자가용 운행을 중단시켰다.
▲ 교통경찰이 운전허가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
이 전국적 캠페인이 바로 ‘자동차 없는 일요일(Car-Free Sundays)’이다.
자동차가 사라지고 고속도로가 텅텅 비자 아이들이 자전거를 끌고 나왔고, 젊은이들은 도로를 차지하고 피크닉을 즐겼다. 심지어 아래 사진과 같이 마차까지 등장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등장했다.
▲ 고속도로에 등장한 마차와 자전거
얼핏 보면 ‘석유 따위 없어도 문제없어‘라는 정신승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때의 행사는 네덜란드인들의 사고방식을 실제로 송두리째 바꾸는 결과가 되었다.
▲ 네덜란드 젊은이들이 고속도로에서 피크닉을 하는 모습
자가용이 없어도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 이후 1974년 3월 석유 금수조치는 해제되었지만 자전거 인프라는 더욱 확충되면서 현재의 ‘자전거 천국‘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오늘날까지도 국가의 문화를 바꾼 ‘자동차 없는 일요일‘을 매년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