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화, 이누이트의 ‘아내교환’ 풍습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의 아내 교환(areodyarekput)은 말 그대로 남편들이 아내를 교환하는 풍습이었다.
지금은 문명과 종교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가장 오지에 있는 이누이트들에게서도 볼 수 없게 된 문화로, 이러한 풍습이 존재했던 이유는 도덕성과는 별개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과거 북극의 혹독한 추위와 부족한 영양은 키비악이라는 발효식품을 탄생시켰고, 열악한 위생과 전무한 의료서비스는 여성의 생식 능력에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해 이누이트 여성의 가임기 연령은 매우 짧았다. 그렇다 해도 모든 생명체의 본능인 자손을 남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아내가 임신을 할 수 없게 되면 남편은 이웃의 아내를 ‘빌려올 수 있었다‘. 또 이와 반대로 남편의 몸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아내는 이웃이나 친구의 남편에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런 교환의 풍습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핏줄로 간주되었으며 키워주는 부모가 있는 한 전혀 차별을 받지 않았다.
이누이트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전설에는 마치 한국의 저승사자처럼 한 노파가 등장한다.
그녀는 죽은 사람에게 ‘후손을 남기고 왔느냐‘고 물어보는데, 아이가 있다고 하면 영혼은 따뜻한 이글루로 옮겨져 신선한 고기를 먹는 천국을 누린다. 하지만 아이가 없다면 그 영혼은 얼음호수라는 지옥으로 떨어진다.
이누이트의 영아사망률은 매우 높았고, 미래의 생계수단이 되어줄 남자아이는 어떤 것보다도 귀하고 가치가 높았다.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면 그 가정은 결국 종말을 맞고 나아가서는 부족전체가 사라진다는 것이 이런 풍습과 전설이 생겨난 배경이다.
물론 다른 집으로 간 아내는 출산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일도 하고 가족들을 돌보고 요리도 해야 했으며, 진짜 아내가 아플 경우에도 와서 대체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혹독한 환경에서 이웃 간 상부상조의 기능도 가능했다.
과거에는 부족을 방문하는 외지인에게도 아내가 침실에 들었다는 괴담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기에는 ‘향락을 제공한다기보다 근친혼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수혈의 개념이었다’고 하는 그럴듯한 논리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는 미혼남녀나 과부들의 ‘하룻밤’제안이 와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누이트의 미혼남녀들은 매우 개방적이었고, 미혼 상태에서의 임신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젊은 이누이트 청년들은 결혼할 때가 되면 다른 부족의 여자를 찾아 위험이 도사린 북극을 가로질러 여행을 감수하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온 외지인들은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고, 여행자에게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극의 오지는 외지인의 방문이 잦은 곳은 아니었고, 이누이트 소녀들 역시 성숙하자마자 결혼했으며 과부들의 재혼도 빨라서 낯선자에게 하룻밤을 제안하는 상황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들의 사회에서는 ‘질투나 사랑’ 같은 감정은 사치였고, 건강한 사냥꾼과 아들을 잘 낳는 여성만이 존재하는 혹독한 환경이었다.
아내를 주고받은 이들은 혈연관계보다도 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이 집단이 부족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고, 아내 교환 풍습은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