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는 외도를 다룬 동요일까

윤석중(尹石重) 시인에 관한 글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그의 작품 집 보는 아기의 노래(맴맴)에 대해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한 글 한편을 보게 되었다.

 

이 동요는 오래전부터 전래되어 온 「고추 먹고 맴맴」의 후렴구를 바탕으로 앞부분을 윤석중이 작사하고 박태준(朴泰俊)의 곡으로 완성한 것인데, 그 내용이 실은 ‘부모의 맞외도를 내포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글은 아래와 같다.

 

■ 옛날에는 이런 동요가 있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왜 갔을까?
궁금하죠??

 

우리는 어린 시절 이 동요를 부르면서
아버지가 물건 팔러 (장사하러) 가신 줄 알았다.

 

대다수의 우리는..
국민학교 시절에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아버지는 장사하러 가신 게 아니다. 바람피우러 가신 것이다.

 

장사하러 가시려면 나귀를 끌고 가야 한다. 가야 한다. 나귀 등에 짐을 얹고 아버지는 나귀를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귀를 타고 가신 것이다.

즉 “한량”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장은 3일장, 5일장, 7일장 등이 있었으며 장이 열리는 날에 기생집들이 대목인 것이다.
나귀 타고서는 주막에 가질 않는다. 주막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폿집이었으니 말이다.

 

돈 좀 있고 할 일은 없고 노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 당시 “한량”이라고 했고 그런 사람들은 장날을 틈타서 숨겨 논 애인을 만나러 장에 다녔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 아버지는 짐을 운반하는 노새가 아닌 그 당시로서는 적잖이 비싼 나귀(에쿠스급?)를 타고 다닐 정도의 부유층 계급의 한량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어머니가 맞바람을 피운 것이다.
아버지가 장에 가신 틈을 타서 건너 마을 아저씨하고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이모댁도 아니고, 고모댁도 아니다. 큰 엄마댁도 아니고, 삼촌댁도 아니다.
바로 어머니의 숨겨놓은 애인인 아저씨 댁인 것이다.

 

아버지는 장에서 어머니는 아저씨댁에서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는 유추할 필요도 없이 후렴구에 정확하게 나와 있다.

 

“고추 먹고 메엠멤~
달래 먹고 맴엠멤~
고추 먹고 맴에멤~
달래 먹고 멤엠멤~”

 

아이는 두 번이나 강조해서 분명하게 전달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없을 때 웬만큼 잘 사는 집안의 아이가 쓸데없이 매운 고추와 향긋하기는 하지만 약간 씁쓸한 달래를 먹으면서 매엠맴 하면서 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하우스 재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봄에 나오는 달래와 여름에 따먹는 고추를 어린아이가 동시에 날것으로 먹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고추와 동그란 달래의 상징적 의미를 그 어린아이도 알았던 것이다.

 

즉, 고추와 달래를 먹은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이며 “멤엠멤~”은 “응응응~”과 같이 남녀 관계 시 흘러나오는 교태어(?)인 것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어머니의 애인인 아저씨는 계획적이며 지속적으로 어머니한테 접근해서 지능적으로 어머니를 “응응응” 한 것이다.

 

그 사실은 어린아이가 알고 있다.
“달래 먹구..” 즉 달래서 맴엠맴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부모로서의 모범을 왜 보여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즉, 아이들은 속일 수 없으며 그 아이는 그런 사실을 동네방네 알린다.(수십 년 이상 알린 것 같다.)

 

그 아이의 노래를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음악책에 그 노래를 삽입한 그 당시의 국정교과서 담당자를 찾아내서 정확한 사유를 들어봐야 한다.


그럴듯한 글이라 여기저기 떠돌며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데, 우선 가사부터가 ‘할머니‘를 ‘어머니‘로 오기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웃자고 쓴 글로 치부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글을 쓴 사람은 이 괘씸한(?) 동요를 국정교과서에 실은 담당자를 비판하는 등 사뭇 진지한 자세인 것 같아서 잘못 분석한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다.

 

당나귀와 노새


해당 글은 당나귀에 짐을 싣지 않고 등에 타고 간 아버지를 장날을 핑계로 애인을 만날 목적을 가진 ‘한량‘으로 칭하고 있다. 하지만 장에 물건을 내다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러 가는 사람이라면 타고 갔다가 물건을 실어올 여지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전체가사를 보면 역시나 그런 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집 보는 아기의 노래(맴맴)’ 전체가사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할머니가 돌떡 받아 머리에 이고
꼬불꼬불 산골길로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아버지가 옷감 떠서 나귀에 싣고
딸랑딸랑 고개 넘어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그리고 노새가 아닌 당나귀를 탔다는 이유로 부유층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 노새가 당나귀보다 수명이 길고 체력도 좋고 먹이는 덜 먹기 때문에 같은 값이라면 노새가 농민가정에 어울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당시 노새와 당나귀의 시세가 근거로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중(尹石重) 시인에 관한 글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그의 작품 '집 보는 아기의 노래(맴맴)'에 대해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한 글 한편을 보게 되었다. 1
▲ 당나귀를 운송수단으로 이용하던 모습

 

또한 저 부분을 나귀에서 노새로 바꾸어보면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고 생소한 느낌이다. 동요에서는 어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어떤 것을 타고 갔다는 것보다는 윤석중 시인의 선호도가 들어간 것으로 보는 게 좋겠다.

 

건너 마을 아저씨 댁


건너 마을 아저씨‘를 낯 모르는 남으로 오해하고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 ‘아저씨’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좀 있는 남자를 가리키지만 과거에는 주로 친척에게 사용되는 호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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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삼촌’은 ‘3촌 아저씨’에서 삼촌만 따서 부르는 줄임말이며 고모, 이모, 외삼촌 등은 엄밀히 말하면 호칭이 아닌 촌수로 7촌 아저씨, 5촌 아주머니 등이 친인척들을 부르는 정식호칭이다. 즉 할머니는 건너 마을의 ‘친척 아저씨‘ 댁에 노래의 주인공인 손주의 돌떡을 받으러 다녀오는 상황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100년 전 문학작품이기 때문에 당시의 생활상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하지만 현대의 용례를 적용한 데서 비롯된 잘못된 분석인 것이다.

 

의태어 ‘맴맴’


해당 글은 외도를 내포한 가장 강력한 증거로 후렴구의 ‘맴맴‘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가 아니라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다.

 

1930년대 신문에서는 이 동요를 보급하면서 율동도 함께 소개했는데, 고추와 담배를 먹고 제자리를 도는 동작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집에 홀로 있던 아이가 배고파서 혹은 심심해서인지 고추를 먹은 다음, 매워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 맴도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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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 먹고 맴맴’ 율동 【조선일보 1933.11.03.】


뒤이어 나오는 달래도 ‘고추와 대비되는 여성의 상징’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원본에서는 ‘담배‘였는데 국정교과서에 실리게 되면서 아동에게 맞지 않다는 이유로 변경된 것이다. 아마도 쓴맛을 지닌 담배를 비슷한 달래로 대체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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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맴맴’ 가사

 

이런 이유로 이 동요는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이 자극적인 음식이나 위험한 물건을 함부로 입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쳐지기도 했다.

 

노랫말의 배경


1911년생이었던 윤석중(尹石重, 1911~2003) 시인은 10대 초반에 천재소년으로 불리며 세상에 등장했고, ‘집 보는 아기의 노래(맴맴)’가 발표된 1926년에는 겨우 15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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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동공립보통학교 5학년의 윤석중(1925년)

 

또한 윤석중의 나이 3세에 모친 조덕희는 별세하였기에 그는 어린 시절 누나(요절)와 함께 외할머니의 손에 길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즉 ‘집 보는 아기의 노래’라는 제목과 시의 내용은 윤석중 본인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한 결손가정 아동의 쓸쓸함을 밝은 곡조로 표현한 것이다.

 

– 집 지키는 가을밤(1927)

 

장에 가신 아버지도 안 돌아오고
마을 가신 오빠도 안 돌아오고

 

부엉부엉 부엉이가 산에서 울면
졸고 앉은 등잔불도 외뤄뵙니다(외로워 보입니다)

 

혼자 누운 창 밑에서 바-삭바삭
아버지가 오시나요 오빠가 오나

 

잠 못 들고 내다보면 달 밝은 밤에
감나무 마른 잎만 떨어집니다


실제로 윤석중의 초기작에는 위와 같이 외출한 어른을 홀로 기다리는 아이, 일찍 엄마를 여읜 아기 등 ‘맴맴’과 비슷한 배경을 담은 시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의 아픈 경험과, 현대와는 달리 사회적 보살핌이 부족한 결손가정이 많았던 시대를 담은 작품에 부모의 외도를 내포한 막장동요라는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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